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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선진국의 탄소배출량 감소는 ‘아웃소싱’된 온실가스 때문


교토의정서가 정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양만을 고려한다. 제품을 수입해 소비하는 국가의 책임은 온실가스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국제무역이 각 나라의 탄소발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이 학술지 PNAS에 실렸다. 일부 선진국에서 관찰되고 있는 탄소배출량 감소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선진국들의 탄소배출량은 2%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입품에는 탄소배출량을 할당하고 수출품의 경우에는 탄소배출량을 삭감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7% 증가하게 된다”이다. 사회주의권 붕괴로 오랫동안 경기침체를 겪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선진국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12%에 달한다.

 

이처럼 선진국에서의 탄소배출량 증가에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내 탄소배출량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17%가량 증가했는데, 수입품과 수출품을 모두 고려하면 배출량 증가율은 25%로서 7%나 늘어나게 된다. 같은 기간 배출량이 2800만 톤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도 마찬가지다. 수입품과 수출품을 모두 포함시키면 탄소발자국은 1억 톤가량 증가했다. 유럽연합 전체적으로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 감소했지만, 이른바 ‘아웃소싱’된 배출량까지 고려하면 약 1% 감소한 셈이 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국제무역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배출량이 교토의정서에 의해 선진국에서 달성된 감축량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수입품 생산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모니터링하지 않고는 탄소배출 총량을 효율적으로 줄여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 다배출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상황이 정반대가 된다. 예컨대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위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입품과 수출품을 계산에 포함시키면 탄소발자국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선진국이 ‘아웃소싱’한 해외 탄소배출량의 75%를 담당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환경운동가들은 국제 탄소배출량 계산은 제품의 생산보다는 소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무역에 의한 탄소배출의 흐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다른 장애물은 일부 정치가들이 제품을 수입한 국가가 수입제품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제품의 생산 활동에 대한 책임은 법적 효력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제품 생산국과 소비국은 무역을 통해 둘 다 이익을 얻기 때문에 의무도 나눠가져야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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