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 바깥 소식

오바마는 부시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 적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영국의 한 연구자가 지난 20년간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연두교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TV로 생중계된 연두교서 연설에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탄소’라는 단어들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연두교서의 내용은 대부분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내용과 경기회복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초당적 협력의 촉구에 할애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강력하게 경고했던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른 영역들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던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사라졌지만, ‘청정에너지’는 상당히 큰 비중으로 언급되었다. 다음은 연두교서의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안전을 강화하고 지구를 지키며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게 될 청정에너지에 투자할 것입니다.....과거의 에너지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미래의 에너지에 투자합시다. 오늘 나는 여러분들에게 2035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의 80%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합니다.....”(원문보기)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취임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껏 ‘기후변화’를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횟수는 평균 1회, 이것만으로 보면 오바마는 기후변화에 가장 관심이 적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연두교서에서 ‘기후변화’를 언급한 횟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균 6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평균 2회였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궤도 수정’의 결과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총량제한배출권거래제(cap and trade) 도입을 담은 기후변화법의 상원 통과가 무산된 후, 오바마 행정부는 기후변화를 ‘통제를 벗어난 영역(no-go area)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라는 프레임을 에너지 프레임으로 대체하는 것이 지지기반 확충에 도움이 된다는 에코아메리카(ecoAmerica)나 난관타개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와 같은 민간조직들의 조언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obama2.jpg

사진: 2009년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tcktcktck와 Greenpeace가 협상 타결을 촉구하며 내건 포스터(내용: 2020년 버락 오바마 "기후변화라는 재앙을 막지 못해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궤도 수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를 언급하지 않은 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과 함께, 백악관이 부정직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실제로 기후변화 정책을 희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두교서에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가가 문제의 핵심일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 비해 기후변화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궤도 수정이 향후 기후변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