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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한 2가지 조건 (1)


많은 국민들의 환호 속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됐다. 11년에 걸친 끈질긴 도전 끝에 얻은 성과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세계 4대 스포츠대전(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월드컵)을 모두 개최하는 여섯 번째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남은 7년 동안 넘어야할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성공적 개최’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첫 째는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효과’이고, 둘째는 현대 올림픽의 필수 조건이 된지 오래인 ‘환경보호’다.

먼저 ‘경제효과’부터 살펴보자. 우선 7개의 경기장과 함께 도로와 철도가 개설되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다. 교통망과 각종 인프라 구축에만 5조원이 들어가고 숙박시설과 경기장 건설비용까지 합치면 7조원이 넘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전체에 투입되는 돈은 20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얻게 될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20조원, 향후 10년 간 거두게 될 간접효과는 40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자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역사상 대부분의 동계올림픽들이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을 개최해 흑자를 낸 경우는 지난 1994년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Lillehammer)가 유일하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11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로 지금까지도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고 지난 해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5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렇다면 릴레함메르는 어떻게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사실 릴레함메르 주민들이 동계올림픽 개최를 원했던 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막대한 재정적자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환경만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개최지로 결정된 후부터는 올림픽조직위와 함께 흑자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올림픽을 치러야 흑자가 된다”는 릴레함메르 주민들의 전략적 사고다.

인구가 2만 7천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인 릴레함메르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은 20개 이상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따라서 올림픽조직위와 주민들이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올림픽 폐막 이후 건물과 시설들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의 문제였다. 건물에는 어떤 재료를 써야하며 어떻게 해야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등도 고민의 대상이었다.

결국 올림픽조직위와 주민들이 선택한 것은 철저한 ‘재활용’ 전략이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가건물을 설치해 숙소로 활용한 후 매각하거나 공공시설로 전환해 건설비용은 물론 폐막 후 관리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음악학교인 토네하임 대학(Toneheim District College)은 숙박시설로 사용되었으며, 학교 주변에는 컨테이너 등 많은 임시 숙소가 마련됐다. 아이스 하키 경기장(Gjovik Olympic Cavern Hall)은 25m 길이의 수영장과 전화기 회사의 시설을 함께 썼다. 빌딩과 임시 숙소는 대부분 임대한 것이고 불가피하게 새로 지은 185개의 숙소 가운데 141개는 올림픽이 끝난 후 개인들에게 매각됐다. 숙소가 모여 있는 마을 중심가의 서비스 센터는 은퇴한 사람들을 위한 요양소와 카페, 육아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건물들 중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기숙사나 퇴직자 숙소, 콘서트 홀, 소방서로 쓰이고 있으며, 미디어센터는 지역 대학으로 탈바꿈했다.

릴레함메르가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폐막 이후에도 릴레함메르의 자연을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강력한 환경보호 의지가 한몫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릴레함메르 반경 60km 이내에서는 자가용 운행이 금지됐다. 종이 대신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 사용한 일회용기들은 나중에 돼지 사료로 재활용되었고 심지어는 바이에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동계 스포츠) 선수들이 발포한 총알도 재활용을 위해 빠짐없이 수거되었다.

 

Lillehammer.jpg

릴레함메르 전경 (출처: Wikipedia)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린 Lysgårdsbakkene 스키점프 아레나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형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용했고 자연석을 사용했다 한다. 산화철을 이용해 주변 흙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도 했다. 모든 건물들은 엄격한 에너지효율 기준을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방송사 카메라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위치를 포기해야 했다. 카메라가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서는 나뭇가지를 쳐내야 하는데 올림픽조직위가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달은 릴레함메르 건설현장에서 나온 돌로 만들어 금과 은으로 장식했고 메달 스탠드도 얼음으로 만들어 다 녹아 없어졌다. 사마란치가 이 올림픽을 "White-Green Games"이라며 칭찬한 이유다.

하마르 올림픽 경기장(Hamar Olympic Hall)도 좋은 예다. 원래 이 경기장은 철새 보호구역에 부근에 짓는 것으로 되어있었고 지방 정부로부터 승인도 난 상태였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보호구역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항의하자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위치를 수정했다. 심지어 출입구도 보호구역 쪽으로 내지 않도록 하고 보호구역과 경기장 사이에 나무를 심어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그 때부터 올림픽조직위는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 원활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목요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어찌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평창 주민들과 독일 뮌헨 주민들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과였다. 평창 주민들은 11년 만의 유치 성공으로 오랜 숙원을 푼 셈이 됐고, 뮌헨 주민들의 대다수는 유치를 원하지 않았던 터니 탈락이 반가웠을 것이다. 뮌헨 주민들이 ‘NOlympic'을 외치며 동계올림픽 유치 반대에 나선 데에는 경기장, 숙소, 도로 등의 건설이 빚을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큰 몫을 차지했다.

뮌헨과 평창의 엇갈린 운명은 공교롭게도 둘 사이의 유사성과 깉은 관련이 있다. 뮌헨에서는 스키활강 경기장이 지어질 부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격렬한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 ’가리왕산‘ 또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이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장을 짓는다는 것이 강원도와 올림픽유치위원회의 계획이라지만, 산림청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어떤 협조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운명은 가리왕산의 운명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다음 주 뉴스레터에는 ‘탄소중립 올림픽의 사례와 가능성’을 다룬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