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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지구공학, 기후변화의 대안인가 거대한 망상인가?


최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기후시스템 조절 및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구공학을 기술적인 대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금까지 제안된 지구공학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해양 비옥화: 바다에 인공적으로 철분과 영양물질을 뿌려 플랑크톤의 증식을 활성화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자는 방안
● 인공 구름: 바닷물을 대기 중으로 살포해 구름의 반사도와 응축도를 증가시켜 태양에너지를 우주공간으로 되돌려 보내자는 방안
● 우주 거울: 우주공간에 거대한 태양열 반사장치를 설치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자는 방안
● 인공화산 효과: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대량으로 뿌려 마치 화산폭발로 분출된 이산화황과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지구냉각효과를 가져온 것처럼 대기에 막을 형성시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광선을 반사시키자는 방안
● 인공 나무: 화학반응을 통해 공기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인공 나무를 설치하자는 방안
● 탄소포집 및 저장(CCS): 발전소, 정유공장, 천연가스 포집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지하 깊숙한 곳에 저장하는 방안

 

 

출처:  etcgroup.org

 

하지만 지구공학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독일환경연방청(UBA)은 정부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지구공학이 제안하는 기술들을 분석한 후 ‘지구공학, 효과적인 기후보호인가 거대한 망상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이 거대기술들에 대해 ’모라토리엄(moratorium)'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최근 지구공학을 검토하는 전문가그룹회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IPCC의 행보와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구공학을 적극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기술적인 해결책이 지진 장점으로 첫째, 사람들의 행동방식은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변화한다 하더라도 지구온난화를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과 둘째, 지구공학의 해결방식은 기후변화협상처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긴급성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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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일환경연방청의 보고서는 이러한 이유들이 단지 그럴듯하게만 보이는 장점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와 무관하며, 대부분 실험실이나 작은 스케일의 공간에서만 시험되었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이 결여된 기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공학 기술들은 대부분 위험하고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해양 비옥화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 에어로졸을 성층권의 오존층에 유입시키면 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 지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위험이 초래하는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성질의 것일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의 결론은 간명하다. 지구공학의 연구의 실현가능성, 효과, 환경영향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며, 충분하지 않은 지식에 기반을 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진정으로 기후변화를 막고자 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할 일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