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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기후변화 적응’, 기업이 알아두어야 할 6가지


최근 유엔 글로벌콤팩트, 유엔환경계획(UNEP), 옥스팜(Oxfam),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공동으로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86%는 기후변화 피해에 대처하거나 기후변화 적응에 투자하는 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미 기상이변, 물 부족, 농업생산성 감소, 질병의 증가 등의 위험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서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할 점은 다음의 6가지이다.

 

 출처: www.pewclimate.org

 

1. 기후변화 적응은 완화와 다르다

기후변화 적응은 기온, 강수량, 생태계의 변화처럼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과 연관된 위험 및 기회에 대처하는 다양한 행동들을 뜻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공급망 사슬에서부터 소비자 및 지역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기업 경영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하는 기후변화 완화는 상대적으로 적용 영역이 좁은 편이다. 따라서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세울 때는 적응과 완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기후변화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기상이변을 보면 현대 인류사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2010년 여름 파키스탄은 홍수로 전 국토의 1/5이 물에 잠겼다. 수천 개의 학교와 병원이 침수되고 약 220만 헥타르의 농지가 폐허로 변했으며, 약 2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듬해 호주에서는 10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것과 맞먹는 면적이 물에 잠겼다. 브라질에서는 엄청난 폭우와 산사태로 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기상이변을 ‘뉴 노멀(new normal)’, 다시 말해서 '일상 기후‘의 새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3. 기후변화는 기업의 가치사슬에 복합적인 위기를 만들어낸다

미국 태평양 북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맥주 제조회사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는 2001년 발생한 가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다. 맥주 제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리생산에 필요한 물과 알루미늄 캔 생산에 쓰는 전기다. 미국 아이다호 주는 가뭄으로 관개시설 이용을 단축했는데, 결국 보리 생산량이 감소하고 가격 또한 치솟았다. 동시에 물 부족으로 수력에너지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알루미늄 캔 생산비도 올라갔다. 그 결과 맥주 공급체인 전반이 엄청난 충격으로 휘청거렸음은 물론이다.

 

4. 준비가 최선의 방어다

기업들은 현대화된 기술과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기후변화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준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방글라데시다. 10년 전부터 방글라데시는 ‘포괄적 재난관리 프로그램(Comprehensive Disaster Management Program)’을 구축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위험지도를 만들고 조기경보 시스템과 긴급대피정책을 연계했다. 그 결과 2007년 4등급 사이클론 시드르(Sidr)가 강타했을 때, 4,000명 이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91년 동급 사이클론이 불어 닥쳤을 때 140,000 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이는 피해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사이클론 등급보다는 재해 준비정도가 더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5. 기후변화는 비즈니스의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개도국 기업들은 미래에 성장의 주역이다. 이들은 기후변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들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객들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시멘트 회사 세멕스(Cemex)와 보험회사 스위스 레(Swiss Re)가 좋은 예다. 세멕스는 멕시코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주택을 건설하는 등 저가시장을 공략해 사업 반경을 전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스위스 레는 개도국 농촌 빈곤층에게 재해위험보험 등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6. 기후변화 적응은 대세다

기후변화는 사회 분야에서와 같이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환경부서의 임무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에만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수의 의식 있는 기업들은 더워지는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과 공급망 사슬, 기업 경영 전반으로까지 기후변화 적응사업의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 숫자를 증가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기후변화의 충격은 기업의 가치사슬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이 기후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필수이지 사치가 아니다.  기후변화 적응은 기업에 닥쳐올 위기를 경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보고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윤성권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