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쟁점과 이슈

"도시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도시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켄트(Kent) 대학 연구팀이 영국 중부도시 레스터(Leicester) 시를 조사한 결과, 도시공원, 개인 정원, 방치된 산업용지, 학교 녹지, 가로수, 도시를 흐르는 강의 수변녹지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31,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영국생태학회(British Ecological Society)가 발간하는 Journal of Applied E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이는 지금까지 예상해왔던 것보다 10배나 많은 양으로서, 15만대의 자동차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수치다. 레스터 시의 경우 도시면적의 10%에 나무를 심으면 도시의 탄소 저장능력은 12%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레스터 시의 면적은 약 73km2, 인구는 약 30만 명이다.

 

 사진 출처: jonathan.rawle.org

물론 이 정도의 양으로 도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도시 녹지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배출 영향을 완충시킨다는 점이 밝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숲과 달리  도시 녹지들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흡수원 계산에서 제외되어 왔다.

연구팀은 녹지를 조성해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장소에 올바른 수종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토양이나 기후,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는 나무를 심어야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4%에 불과한 도시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5~80%를 발생시킨다. 2008년 서울시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국가 배출량의 10%인 약 5,200만 톤으로서 스웨덴 국가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인구와 기반시설이 집중된 도시는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허리케인, 태풍, 사이클론, 폭염 등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는 주로 도시에서 발생한다. 도시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면서 동시에 일차적인 피해지역인 셈이다.

도시 녹지를 확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에서 가로수, 정원, 공원 등 녹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위안이 된다. 빗물을 붙잡아두고 그늘을 형성해 도시의 기온을 낮추는 것도 도시 녹지의 중요한 기능이다. 여기에 이산화탄소까지 흡수까지 고려한다면 그린벨트를 풀어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자명해진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