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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깥 소식

인도네시아, 기후변화로 수도 이전 고려

자카르타 주변 해안의 해수면 상승과 홍수, 지반침식 탓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서둘러 나서지 않는다면, 자카르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은 과도한 인구집중과 해수면 상승으로 193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다. 현재 자카르타 인구는 960만 명에 달한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새 수도 후보지로는 보르네오 제도의 칼리만탄(Kalimantan)섬이 꼽힌다. 칼리만탄 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며, 지진이나 해수면 상승에 유리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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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kipedia


1만 7천개 섬들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군도는 33개 행정구역 중 24곳이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을 만큼 기후변화 취약성이 높은 나라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해수면 상승으로 자카르타 시가 지출한 비용은 1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비용은 2050년에는 16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카르타 북부의 한 마을은 매일 저녁 30~100cm씩 물이 차올라 하수와 악취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자카르타 주민들은 수도가 이전될 경우, 정부가 자카르타시의 기후변화 적응정책을 소홀히 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카르타 북부가 홍수에 취약하게 된 것은 잘못된 도시 계획의 탓이 크다. 과거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를 개발하면서 고층 빌딩과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들어오는 물은 댐을 만들어 퍼내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홍수피해가 더 커지자 자카르타 시는 27,000헥타르의 매립지에 경제무역자유특구를 만들어 홍수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자카르타 정부는 환경부와 고등법원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약간만 수정해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던 맹그로브 습지가 파괴되고, 어업에 종사하던 지역 주민들의 소득수준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홍수는 더욱 잦아졌으며, 주민들의 생계는 바닷물 역류로 식수를 사 마시게 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자카르타 북부 주민들은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수립되길 바라고 있다. 수도 이전 비용은 향후 10년간 총 500~1,0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