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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깥 소식

G20 재무장관회의,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거부

기후변화 피해에 직면한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금융거래세( Financial Transaction Tax)를 도입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이 지난 2월 18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거부됐다. 금융거래세는 주식·채권·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서 토빈(Tobin)세,로빈 후드(Robin Hood)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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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거래세의 도입은 2010년 11월 유엔사무총장 고위급 자문그룹이 목록화했던 기후변화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한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정작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기 전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한 국가는 독일뿐이었다. 국제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을 비롯한 세계의 NGO들은 “금융거래세는 금융업계가 내뿜는 악취를 깨끗이 청소해줄 신선한 공기와도 같다. 금융거래세는 시대정신(Zeitgeist)이 담은 세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 세금은 우리가 과거에 저지른 금융위기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인 심판”이라며 금융거래세 도입 제안을 공식화했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재원 조달 논의는 윤리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많은 NGO들이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실현하는 핵심수단으로 금융거래세를 주장해왔던 것은, 이 세금이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진 기후부채(climate debt)를 상환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세 도입과 관련한 논란이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금융거래세가 최초로 도입된 것은 1694년 런던의 주식시장이었다. 1936년 경제학자 케인즈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강력하게 제안했던 것도 금융거래세였다. 현재 금융거래세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은 스웨덴, 브라질, 영국, 페루, 콜롬비아 등이다.

 

하지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녹록치 않다. 최근 반대론의 진원지는 국제통화기금(IMF)이다.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면 거래 위축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세금부과 효과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당장 피해를 입고 있는 가난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반대 논리는 부자 나라들의 ‘책임 회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G20 재무장관들이 금융거래세 도입에 찬성했다면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분수령이 되는 ‘역사적인 결정’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G20 재무장관회의가 금융거래세 도입을 거부했다 해서 논란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칸쿤 기후변화회의에서 세계는 기후변화 적응기금 마련에 합의했지만, 재원 마련의 구체적인 수단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