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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 소식

폭설, 한파… 온난화는 사라졌나?

지난달 25일, 따뜻한 성탄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연인과 가족들은 4년 만에 큰 선물을 받았다. 1cm 안팎의 눈이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황사를 동반한 눈 소식에 외출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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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함께 불어 닥친 한파는 2주 넘게 계속되어, 지금도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에 머물고 있다. 

황사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낯선 조합을 시작으로, 예년과 다른 겨울소식이 이어졌다. 성탄절 연휴가 끝난 27일 출근길에 2.6cm의 눈이 내렸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서울시 당국과 운전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수은주도 뚝 떨어졌다. 눈과 함께 불어 닥친 한파는 2주 넘게 계속되어, 지금도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에 머물고 있다.

악재의 출발점이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

기이한 날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정 연휴가 끝난 1월 4일 새해 첫 출근길에 25.8cm의 폭설이 내리면서 서울 지역은 최악의 교통·물류대란을 겪어야 했다. 1937년 기상청의 서울지역 신적설량 관측 이래 최대이자 100여 년 만에 겪는 폭설이다.

더불어 동장군의 기세도 더욱 드세졌다. 지난 6일 철원 지역이 영하 30도를 기록하는 등 중부권 전 지역의 최저기온이 급강하했다. 9일 낮에 영상이 기온을 회복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저녁에 다시 내린 눈으로 인해 시민들은 나들이는커녕 월요일 출근길 걱정에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없어진다’는 상식을 뒤엎은 사건이다. 한반도의 연평균기온이 상승해 곧 아열대기후가 된다, 앞으로는 남한 지역에서 스키장을 구경할 수 없을 것이다 등 ‘따뜻한 겨울’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 할 지경이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끝이 난 걸까?

북극 한기와 엘니뇨 모도키가 만난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폭설과 한파는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증거다. 폭설과 한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유럽, 미국 등 북반구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는데, 기상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 요소가 복합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첫째는 ‘북극진동의 남하’다. 북극진동(AO, Arctic Oscillation)이란 북극 지역의 차가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팽창·수축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주변의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한기가 한반도 근처까지 남하하게 된다. 담장이 없으니 소떼들이 남의 집까지 넘어가는 형국이다. 올해 북극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정도 차이가 났다.

둘째는 ‘엘니뇨 모도키의 강세’다. 엘니뇨(El Niño)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온도가 내려가면 라니냐(La Niña)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근의 국가들은 엘니뇨와 라니냐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엘니뇨 모도키’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도키(modoki)는 ‘비슷하다’는 의미의 일본어다. 엘니뇨와 비슷하지만 또한 특이한 측면을 지녔다는 뜻이다. 엘니뇨 모도키는 동태평양이 아닌 중부 태평양의 온도가 높아져 동남아시아에 온난다습한 기류를 일으키는 변형 엘니뇨를 가리킨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렇듯 엘니뇨의 발생장소가 바뀌는 현상이 지구온난화 때문임을 증명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폭설은 북극진동으로 인해 동아시아까지 내려온 한기가 엘니뇨 모도키로 인해 따뜻해진 기류와 만나서 생긴 결과다. 그 위치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앞으로도 북극 한기와 엘니뇨 모도키가 만나면 이번과 같은 폭설이 반복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부추긴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 우리가 유례 없는 폭설과 한파를 겪는 것이다....more(사이언스타임즈 201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