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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시민단체장이 선입견을 버린 이유는(EBN 산업뉴스, 2009.9.25)

"대한상공회의소의 토론회를 통해 산업계에 대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업계 대토론회´에 시민단체를 대표해 패널로 참가한 안병욱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단체는 정부나 업계의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안병욱 소장의 이 같은 소감은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다.

안병욱 소장은 녹색성장위원회의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안 발표 이후 2차례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번 대한상의의 토론회까지 합치면 세번째다. 하지만 진일보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사회단체와 산업계는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회단체는 온실가스 주범으로 산업계를 지목하며 높은 수준의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산업계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첨예한 대립은 결국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

이날 안 소장이 이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해답은 설문조사에 있었다. 대한상의 지속가능연구원은 매출액 1천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축목표 시나리오 및 목표달성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시민단체에 공개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세 중 선호하는 제도´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 중 28.5%는 배출권거래제를, 24.8%는 탄소세, 15.2%는 모두 선호한다고 답했다.

안 소장은 이에 대해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세 도입에 기업들의 반대를 예상했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달랐다"면서 "선입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수차례 실시한 토론회 보다 입장이 담긴 자료 하나가 오히려 양측의 견해를 좁히게 만든 셈이었다.

산업계는 여기에 덧붙여 에너지효율화 및 경쟁력 등과 관련된 자체적인 자료를 마련해 시민단체에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열마디 말보다 한가지 행동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펼칠게 아니라 때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장면이었다.

조재범 기자 jbcho@e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