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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선박과 항공기, 누가 더 오염시키나?

바다를 오가는 선박들은 항공기들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5일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와 브레멘 대학의 소장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00년 해양운송 부문은 이산화탄소(CO2)를 8억 톤가량 배출함으로써 항공 부문이 내뿜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질소산화물(NOX)은 2,000만 톤, 이산화황(SO2)은 1200만 톤가량이 배출돼 항공 부문보다 10∼100배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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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주입하는 선박들 사진: US Navy


사실 이산화황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구실을 하는 기체다. 이산화황과 황화합물은 대기 속에서 황산으로 변한 후 수증기와 반응해 에어로졸을 형성한다. 미세한 물방울인 에어로졸은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산화황이 많이 배출될수록 더워지는 지구를 식히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에어로졸의 냉각기능은 특정 지역에서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만 발휘된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대기 속에 머무르지만, 에어로졸의 체류시간은 고작 며칠에 불과하다. 이산화황 배출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선박들이 내뿜는 이산화황은 연안지역, 특히 항구 주변의 공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기도 한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와 브레멘 대학 연구자들은 유럽의 환경위성 <엔비사트(Envisat)>가 수집한 데이터들을 이용해 선박 항로를 따라 높은 농도의 질소산화물 분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함부르크 소재 독일해운협회(VDR)는 즉각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해양운송과 항공운송은 취급하는 물동량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톤·마일 기준으로 해운은 전 세계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항공운송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적은 양만을 운반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독일해운협회는 톤·마일 기준을 적용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계산하면 선박이 항공기보다 100배 이상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