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과학저널 네이처지에는 실린 두 편의 논문이 세계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논문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폭우와 폭설 등 기상이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논문의 대표저자는 캐나다 환경청(Environment Canada)의 한인과학자인 민승기 박사로 밝혀져 더욱 눈길을 끈다. 논문 저자들은 1951년부터 2000년까지 북반구의 다양한 대륙에서 강우와 강설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러한 강수량 관측자료와 강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다중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가 이상 강수량의 빈도에 영향을 미친 유일한 요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포화 수증기압(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 농도)이 커지게 되고,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기단이 상승해 구름을 생성하게 되면 강수량이 증가하게 된다. 논문 저자들은 기온이 1℃ 상승하게 되면 대기는 복잡한 되먹임(양/음) 과정을 거쳐 수증기를 2-3% 더 머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논문 한편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기상물리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이들은 20세기 들어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았다는 조건에 대입한 2000년 가을(9-11월) 영국의 강수량 추정치와 실제 측정된 강수량을 비교하는 연구기법을 활용했다. 그 결과 2000년 홍수는 지구의 기온상승으로 북대서양 제트기류의 경로가 바뀌면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수천대의 개인용 컴퓨터를 동원해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천 번 반복한 결과를 종합했다는 데 있다. 제트기류의 변화가 초래하는 기상변화는 매우 강력해서 미국 텍사스의 사막지역에도 눈이 내리게 할 정도다.
지금까지의 기후모델은 지구온난화가 강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밖에 없었다. 구름의 생성과 같은 미세한 자연현상을 기후모델에서 다루는 것은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기후모델이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의해 습윤지대에서는 폭우 가능성이 높아지고, 건조지대의 강수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점점 확대되는 반면, 동남아시아 몬순기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의미다. 2010년 가을 영국에서는 물난리를 겪는 동안 중국 남동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주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은 엄청난 폭설로 인한 피해를 겪어야 했다.
네이처지에 실린 두 논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온실가스 증가가 폭우와 폭설의 규모를 키운다는 것이 가설이 아닌 사실이라는 과학적인 증거를 처음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연구와 함께 지역적인 요인이 기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한국해양연구원 전략개발실 류종성 선임연구원).
'쟁점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바라크와 가다피 이후: 중동 민주화와 식량위기 (0) | 2011.02.28 |
---|---|
온실가스 과감하게 감축할수록 경제성장에 도움된다 (0) | 2011.02.28 |
선박과 항공기, 누가 더 오염시키나? (0) | 2011.02.22 |
온실가스의 화약고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면... (0) | 2011.02.22 |
“지구 살리려면 <밀레니엄 소비 목표> 정해야” (0) | 201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