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연재해 피해액 사상 최고치 갱신했다"

나라 바깥 소식 | 2011.07.27 12:19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1년은 재난의 역사를 다시 쓴 해로 기네스북에 올라야할지도 모른다. 자연재해로 입은 재산 피해액이 6월 말 현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손해보험기업 Munich R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월간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은 이미 2650억 달러.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상 최대 재산피해액을 기록했던 2005년의 2200억 달러(인플레이션율 적용)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사진: christchurchcathedral.org.au

 

피해규모를 올해 발생한 사건별로 살펴보면 지난 3월 일본열도를 강타했던 지진해일은 피해액 2100억 달러, 사상자 15,500명, 실종자 7,300여 명으로 단연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약 200억 달러의 피해액을 기록한 뉴질랜드 지진이었으며, 3위는 미국 남동부를 폐허로 만든 토네이도(피해액 75억 달러), 4위는 호주의 홍수피해(피해액 약 73억 달러) 순으로 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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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자연재해 피해액의 증가와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Munich Re는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폭발 등 지질학적인 사건의 수는 안정화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극한 기상이변의 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는 점을 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십 년간 증가한 인구와 재산 가치를 계산에 넣는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를 빼놓고는 자연재해 피해액의 기록적인 증가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로 입게 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보험업계는 보험금 지급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의 입장에서 올해 상반기 6개월은 최악의 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2011년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윤성권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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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가능에너지, 일본 전력공급망 복구시기 앞당긴다

쟁점과 이슈 | 2011.04.20 12:30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일본이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중심으로 전력공급시스템을 복구할 경우 핵에너지나 화석연료 의존방식에 비해 복구시기를 3년이나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나우틸러스 안전과 지속가능성 연구소(Nautilus Institute for Security and Sustainability)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해 일본이 과거 핵에너지와 화석연료에 의존해왔던 전력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사태 수습과 일본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현 소마(Soma) 남부 하라마치(Haramachi) 소재 발전소의 붕괴된 모습(출처: 보고서)

  

나우틸러스 연구소의 보고서는 두 개의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다. 첫 번째는 재생가능에너지, 에너지 초고효율 기술의 적용, 지역 분산형 가스발전소의 배치 등 3가지 대안을 하나의 정책묶음(package)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안지역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 의존하는 중앙 집중형 전력공급방식이다.

 

분석 결과 전자가 후자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복구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시설투자비용은 전자가 후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추가비용은 연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가비용 조차도 전력시스템 복구기간을 앞당김으로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CO2 배출량은 전자가 후자에 비해 50%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후쿠시마1.jpg

이와테 현 오추키 소재 송전망의 붕괴 모습(출처: 보고서)

 

일본은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과 석탄 및 천연가스발전소 등 최소 15,000 메가와트에 달하는 발전능력이 상실된 상태다. 이 양은 미국 뉴욕 시의 여름철 최고 전력수요보다도 더 많다. 그럼에도 심각한 정전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량의 전력을 사용하는 많은 시설들이 붕괴되었으며, 두 번째는 일본 동북지역 주민들이 전기 절약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전력시스템 복구 작업이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개선을 기반을 둔 지역 분산형으로 이루어질 경우, 일본 사회는 명실상부한 ‘녹색경제(green economy)’로의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대미문의 재앙을 겪은 일본의 미래는 앞으로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는가에 달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신한슬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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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사고 가능성 알고도 묵살

쟁점과 이슈 | 2011.04.06 17:22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지진과 거대한 해일의 치명적인 조합이 어떤 피해를 가져왔는지 반복적으로 설명해왔다. 얼마 전 도쿄전력의 마사타카 시미즈(Masataka Shimizu) 대표는,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앙을 두고 "우리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자연의 거대한 힘"이라는 표현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자연재해 수용능력은 2007년 이래 끊임없이 과대평가 되어왔다.

 

2004년 수마트라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원자력 산업계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지진해일이 인도네시아와 주변 12개 국가를 덮쳤으며, 인도 남부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는 사고를 경험해야 했다. 아시아 지진해일의 참상은 55기의 원전을 가진 일본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지진해일로 원전이 침수되면 원전을 폐기해야하는 상황이 예상되었다. 특히 도쿄 북부에서 240km 정도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은 큰 걱정거리였다. 지은 지 40년이 지난 이 원전은 지난 400년간 진도 8 이상의 강진이 4차례(1896, 1793, 1677, 1611년)나 일어났던 태평양 지진 발생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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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daylife.com

도쿄전력의 안전관리 수석연구원인 토시아키 사카이(Toshiaki Sakai)는 이런 지진 기록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태평양의 지진해일이 후쿠시마를 덮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계산해보았다. 아울러 발전소에 설치된 6m 높이의 수벽이 막아내지 못할 정도의 높은 파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구했다. 연구팀은 1~2m의 범람만으로도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원전 수명이 다하는 50년간 6m 이상의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10% 정도로 희박하다는 것을 감안해 방재대책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지진해일로 후쿠시마에 들이닥친 파도는 14m를 넘어서는 위력을 발휘했다. 도쿄전력 연구팀은 1960년대의 원전 건설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해일의 발생가능성을 깨닫고도 위험을 묵인했던 것이다.

 

도쿄전력의 사카이 무토(Sakae Muto) 부회장은 후쿠시마 원전이 설계될 때부터 오류의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1960년 칠레에서 진도 9.5의 강진이 발생해 그 여파로 일본에서 140여명이 사망한 재해가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이 지어지기 수년 전이었던 당시에도 파도의 높이가 6m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강한 지진해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의 일치된 견해는 없었다"고 무토 부회장은 주장했다.

 

하지만 진실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설계 당시의 오류를 발견하고서도 안전 조치를 강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원전들은 지난 5년간 다른 발전소에 비해 잦은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8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관리 부서에서 17세 미성년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도쿄대에서 원자력안전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히데아키 시로야마(Hideaki Shiroyama) 교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후쿠시마 발전소 담당관이 이번 사태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해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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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재앙으로 본 원전의 딜레마

나라 바깥 소식 | 2011.03.28 15:17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일본의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442기에 달하는 세계의 원전들이 향후 마주하게 될 딜레마의 하나는 원전의 입지에 따른 안전성에 관한 문제다. 쓰나미 발생 위험이 있는 해안지역과 기후변화로 냉각수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내륙의 강이나 호수 인접지역 중 어디가 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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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 세계의 원자로들은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처럼 대부분 해안가에 세워져 있다. 강이나 호수 부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원전들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를 모두 바다에서 끌어오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질학적으로 안정돼 지진 발생 위험이 없는 곳이라면 해안지역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내륙에서의 냉각수 공급은 폭염, 가뭄, 홍수, 수온변동, 댐 사고 등의 위험이 있어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3년 폭염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프랑스전력공사는 19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온배수가 론(Rhone) 강 등의 수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의 허용범위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내륙의 강이나 호수에서 냉각수를 끌어다 쓰는 원전들은 잦은 고장과 가동 중단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도 해안지역에 위치한 원전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폭풍해일과 쓰나미의 영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안전성에 관한 규제 강화도 원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지진이든 쓰나미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재난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강화한다는 것은 곧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미 원자로 폐기비용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지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윤성권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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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산호초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사라져

나라 바깥 소식 | 2010.08.23 02:33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04년 쓰나미에도 살아남았던 인도네시아 산호초가 가파른 수온 상승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타임지가 보도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 인근 안다만 해(Andaman Sea)의 표층수 온도는 34℃에 달했다. 이는 예년 수온에 비해 4℃가량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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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cgrer.uiowa.edu


산호초 백화현상은 산호군락에 공생하는 조류 zooxanthellae가 수온상승으로 산호 조직을 떠나면서 발생하게 된다. 호주의 제임스 쿡 대학교(James Cook Univ.)와 인도네시아의 시이아 쿠알라 대학교(Syiah kuala Univ.)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아체 지역 인근에 서식하던 산호초는 이미 80%가량 사멸한 상태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백화현상이 과거에 경험했던 규모와 속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호초지대는 1997~1998년 발생했던 엘니뇨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또한 2004년 12월 26일 12개 국가의 주민 230,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쓰나미로 아체 지역 산호의 1/3 이상이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산호초들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 왔다. 이처럼 생명력과 회복력이 강한 산호초도 지구온난화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호초의 사멸은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산호군락에 의지해 살아가는 많은 지역주민들에게도 비극이다. 더구나 백화현상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북쪽 국가들의 해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해역의 수온상승이 결국 대만과 일본 남부 해역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

관련 기사 보기: 바다의 심장 산호초가 사라진다면

              기후변화로 호주 산호초 백화현상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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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

쟁점과 이슈 | 2010.01.11 11:28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변화에 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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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11월 2일 미국 예일대학의 ‘환경360’에 실렸던 가이아 빈스(Gaia Vince)의 글을 싣습니다. 네이처 지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빈스는 현재 가디언, 타임스, 사이언스, BBC 등에 활발한 기고를 하고 있는 여성 프리랜서입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있는 빈스의 글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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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방글라데시 정부는 해일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춘 후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웃나라인 미얀마(버마)에서는 최근 몇 년 간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재작년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미얀마 독재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원조를 거부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권위주의 정권 때문에 민초들이 극한적인 기후재난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명암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있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뚜렷한 차이는 다가오는 미래에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갈지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기후에 강한’ 사회도 있겠지만, ‘기후에 취약한’ 사회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후변화로 어떤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는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정치, 사회, 기술,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어떤 것일지 아직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간 종(種)에 가해지는 여타 공격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갖춘 사회를 구성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안다면, 모든 사회의 대응능력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능력은 기본적으로 지리적인 위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은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하진 않는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으로써, 위기를 회복하는 능력, 독창적인 대안을 고안하는 능력, 변화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협치(governance) 제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한 집단에 속한 자립적인 개인이자, 자원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성숙한 개인은 기후변화의 영향 속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무력감 보다는 운명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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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구자라트 마을의 한 여성 ⓒ retlaw snellac/Flickr


이런 점에서 인도 구자라트(Gujarat) 주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곳에는 1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가뭄에 시달리는 마을들이 흩어져있는데, 심각한 물 부족에 대한 대응방식은 마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 마을의 주민들은 한 해에 세 번이나 풍부한 양의 작물을 수확한다. 우기에 내리는 비가 천천히 우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빗물받이를 설치하고 효과적인 관개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 이웃동네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적은 양의 작물을 수확할 뿐이며, 7개월간 정부가 공급해주는 마실 물에 전적으로 의존해 농사지을 물이 없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몰디브 주변의 한 섬에서는 폐가들이 방치되어 있거나 심지어 바닷물에 씻겨 나간 흔적을 볼 수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강한 침식과 부식이 발생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웃 섬이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을 보존한 덕택에 안전하게 버티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연구했던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톰 크롬튼(Tom Crompton)의 말이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때,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곤 한다.” 결국, 자신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들일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나 유연성 또한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요소다. 곧 물에 잠기게 될 마을을 떠나 이주를 준비해야하는 벵갈 만 주민들의 감성적인 적응력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땅의 염분이 증가해 쌀농사를 새우 양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방글라데시 농부들의 유연성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효과적인 협치(거버넌스) 또한 특정 사회의 기후변화 적응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협치는 계급, 인종, 민족, 부족, 종교적인 불평등처럼 주민들과 공동체의 삶의 질 개선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네팔, 아프가니스탄, 인도 비하르 주 등의 예처럼 전쟁, 폭력, 정부 붕괴로 인한 혼돈과 무질서는 많은 주민들을 기후변화에 취약한 상태로 내몰게 될 것이다.

눈여겨 보아야할 라오스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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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유역을 흐르는 메콩강 ⓒ ExtremeAmbient/Flickr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사회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잘못된 정부 때문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라오스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후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저개발된 국가에 속하는 라오스에서 향후 수십 년간 매우 불규칙한 몬순 기후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5월 UN은 라오스에서 가뭄이나 홍수가 일어났을 경우에 대비하는 특별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최근 내가 여행 중에 만났던 라오스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라오스 국민들은 높은 충족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라오스가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강한 사회들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라오스 인구 중 대략 80% 정도는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라오스 주민들은 숲에서 음식의 재료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것들-벌레부터 허브, 과일, 견과류, 버섯까지-을 채집하기도 한다. 메콩 강의 지류들은 수많은 물고기들의 보고이다. 물고기들은 6천 3백만 라오스인에게 필요한 식이단백질의 80%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주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물과, 공동체의 협력과 유지에 필요한 사교 장소 또한 제공하고 있다.

만약 라오스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살 수 있다면, 라오스는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나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오스는 천연자원을 팔아치우기에 바쁜 정부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산림벌채권을 팔아넘겼으며, 대형 댐을 연달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메콩 강의 물고기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어업에 종사하던 라오스 주민들은 더 이상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좋은 거버넌스가 반드시 서구 모델과 닮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잘못된 권력에 대항할 수 있고 권력의 분산이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가 기후변화 대처능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환경과 발전을 위한 국제연구소(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 소장 살렘 허그(Saleem Huq)는 “베트남은 태풍과 허리케인에 대한 대응력이 매우 높은 나라였지만, 그 역량은 자본주의를 수용하면서 산산 조각나버리고 말았다”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강한 사회의 조건

훌륭한 지도력과 손잡고 협력하는 것은 현명한 발전 방법이다. 구자라트와 같은 인도의 지방정부는 농민들을 지속 불가능한 농업 부문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에 종사하게끔 함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 주는 과학자들이 지역주민들을 도와 쌀 대신 기장과 같은 건조에 강한 작물들을 재배한다. 잘못된 개발 정책은 의도와 무관하게 기후변화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작물 재배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지하수 펌핑용 전기에 비현실적으로 싼 가격을 매기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농민들의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건전한 환경보호정책 또한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관광 산업 장려차원에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코스타리카는, 정부가 산림파괴를 조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중국, 마다가스카르 같은 곳보다 기후변화 대응능력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는 여성과 소수자 집단의 권리 보장과 평등이다. 심각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각 마을마다 여성들로 구성된 평의회를 만들어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 뉴올리언스를 휩쓸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례는 사회적 불평등이 사람들을 어떻게 기후변화에 취약한 상태로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가뭄의 증가, 정치적 갈등의 심화, 기후재난으로 인한 죽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대응능력이 취약한 지역 사람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나서는 것은 지구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라오스처럼 건강한 사회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활발한 지역적 행동과 좋은 협치 제도,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계되었을 때 가능할 것이다.(이윤주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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