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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 소식

[김수종 칼럼] 폭설이 기후변화 탓일까

단성사 극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대 병원까지 가는데 25분이나 걸렸다. 택시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움직였다. 노련한 택시기사이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 내 눈 앞에서 스무 대 넘는 자동차들이 눈길에서 네 바퀴가 각각 제멋대로 돌다가 미끄러지면서 제설차가 치워놓은 눈 더미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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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적설량 25.8cm의 폭설. 2010년 첫 업무일의 서울 교통은 철저히 마비됐다. 김포공항 활주로도 비행기 이착륙이 종일 금지됐다. 방송은 기상특보로 채웠다.
거대도시 서울은 그동안 설화(雪禍)에 관한한 불편을 별로 몰랐다. 강원, 경기, 충청, 전라도가 자주 눈에 덮였을 때도 ‘열섬화’한 서울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거나 오는 대로 오래 가지 않고 녹았다. 그런데 이번 겨울엔 12월 초순부터 영하의 한파가 계속 몰아치더니 폭설까지 동반했다.
기상청은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예보한다. 믿어야 할까. 한 달 전부터 날씨 예보가 계속 빗나갔다. 왜 이렇게 기상천외의 폭설이 내리는 것일까.

기후평형 깨지면 혼돈 가능성

기상캐스터는 시베리아에 예년에 없이 눈이 많이 내리면서 공기가 차가워졌고 어쩌고 하면서 설명하는데 왠지 어설프다. 기상청의 자신 없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올 겨울은 따뜻할 것이라고 예보했던 터이니 기상청도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은 기상청을 야단칠 것이다. 슈퍼컴퓨터까지 갖추고도 자꾸 틀린다고. 그러나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찌 완벽히 안단 말인가. 천기(天氣)는 진짜 천기(天機)다. 인간의 지식이라는 게 무지의 바다에 떨어지는 몇 개의 물방울에 불과하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한바탕 눈과의 전쟁이 끝나면 폭설의 원인을 놓고 전가의 보도처럼 나올 말이 생각난다. 날씨에 대한 유식함과 무식함을 모두 감쌀 수 있는 말이 기상이변(氣象異變)이다. 하지만 기상이변도 원인이 있을 것 아닌가.
우리는 지금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이 그의 저서에서 규정한 ‘기후변화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우리는 기후를 정적인 개념으로 바라보았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후를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동태적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폭설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온난화로 지구가 더워진다고 야단인데 이렇게 혹독한 겨울이 오는 것을 보니 안심해도 될 일이 아니냐고 말이다. 지구의 어느 한 구석만 보면 그렇다.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다가도 화창하게 맑은 날 세상을 보면 지구는 아무 일없이 잘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more(내일신문 2010. 01.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