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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리바운드 효과’와 에너지 절약의 딜레마

요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고효율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총량도 줄어들까? 혹 “절전형이니까 컴퓨터나 전등을 끄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자동차 연비가 좋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운행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냉장고만 해도 옛날에 비해 에너지 절약형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장고 크기가 커진데다 냉장고를 2개씩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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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라 부른다.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움직임이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씽크탱크 'Breakthrough 연구소'가 출간한 보고서는 그 첫 번째 결실이다. 보고서는 기존의 연구논문 분석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게 되면,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온실가스 저감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연비와 가전제품의 효율 향상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10-30%는 리바운드 효과에 의해 상쇄된다.

 

그렇다면 리바운드 효과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비용이 싸질수록 그것을 더 사용하려는 욕구는 대부분 늘어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것이 ‘도덕적인 면죄부’로 작용하면서 “난 이만큼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했으니 환경에 나쁜 행동을 조금은 해도 좋겠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스스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컨대 난방온도를 1℃ 낮추고 5km 이내 거리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3분의 1가량 적게 버리는 사람이 있다 치자. 만일 이 사람이 세 가지 실천을 함으로서 절약했다고 생각하는 돈을 물건 구매 등 추가적인 소비에 쓴다면 리바운드 효과는 34% 정도가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 개인 수준이 아닌 생산 부문에서 발생하는 리바운드 효과이다. 철강 생산에서 효율이 높아지면 가격이 낮아지고 낮아진 가격은 더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에너지 효율 향상만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려 깊지 않은 에너지절약 정책이나 기술이 더 많은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 이유는 전기료가 너무 싸 전기를 절약하려는 동기 부여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등을 LED로 교체하고 난방온도를 낮추자는 식의 일회성 시책만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임에 틀림없다.

 

리바운드 효과를 줄이려면 단 하나의 정책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다양한 정책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시행되어야만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한국해양연구원 전략개발실 류종성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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