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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바다 초고속 산성화 ‘수산식량 위기’ 경고

전 세계 바다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해 650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패류·갑각류 등이 피해를 보게 돼 수산물 식량 위기도 우려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바다 산성화가 환경에 미치는 결과: 식량 위기’ 보고서를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의 평균 수소이온농도(pH)가 산업화 이전인 1750년대 8.2에서 2000년대 8.1로 낮아지면서 산성도가 30%가량 증가했다. 지난 200여년간 배출된 온실가스의 25%, 즉 500기가t을 바다가 흡수해 탄산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온실가스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번 세기 말 바다 수소이온농도는 7.8로 떨어지고 총 산성도는 1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UNEP 측은 이 같은 바다 산성화가 “공룡이 멸종한 6500만년 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라고 표현했다.

바다 산성화로 껍데기를 가진 게·조개·새우·성게·플랑크톤·산호초 등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물 속 탄산이 늘어나면서 칼슘이 대부분인 이들의 껍데기·골격 형성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치아가 빨리 썩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작은 새우나 플랑크톤처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줄어들면 먹이그물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어린 물고기들이 체내 산성 농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방향감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높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크라운 피시처럼 전정기관 이상으로 방향 감각을 잃고 포식자에게 다가가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한편 물고기 알이나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해파리는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UNEP 측은 “해파리 증가는 물고기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연안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고기 서식처 감소도 문제다. 산호초나 조개 껍데기가 줄어들면서 물고기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열대 산호초 군락은 전 세계 해양 생물종의 25%에 은신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산성도 증가로 산호초가 부식되거나, 해수면 기온 상승에 따른 백화 현상으로 산호초가 계속 줄어드는 상태다. 보고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초과하면 산호초의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UNEP와 한국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전 세계적으로 30억명이 단백질의 15%를 수산물에서 얻고 있다”며 “바다 산성화가 계속되면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많은 생물종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어 전 지구적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2010년 12월 1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