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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보고서 맛보기

바다 산성화 속도, 공룡 멸종 이래 가장 빨라

 바다 산성도의 증가속도가 공룡이 멸종했던 6,500만년 이래 가장 빠른 것으로 추정돼 해양생물의 대량멸종과 식량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기후변화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발표된 UNEP의 보고서는 바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값이 산업화 이래 30%가량 낮아졌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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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Eustaquio Santimano


●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가량이 바다에 흡수되어 탄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다의 화학성분이 바뀌고 있는데 그 속도는 공룡이 멸종했던 6,500만년 이래 가장 빠른 것이다.

● 산업혁명 이래 바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는 30%가량 감소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근거해 21세기 말 바다 산성도를 예측한 결과, 바다의 평균 pH는 0.3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바닷물의 산성도가 150배가량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다.

● 패류와 갑각류를 포함한 수산물은 세계 약 30억 인구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15%를 차지한다. 나머지 10억의 인구는 단백질 공급을 전적으로 수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 많은 해양생물은 바닷물 화학성분의 변화를 보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조개류와 성게류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화학성분을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은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 어획량의 80%는 대륙붕이나 하구 등 바다 전체 면적의 10% 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지역들의 대부분은 바다 산성화에 매우 취약한 편이다.

● 양식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 속한다. 매년 약 7%의 성장세를 보여 왔으며,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바다 산성화는 이들 산업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열대 산호초는 바다 전체 어족의 25%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계 어획고의 9-12%는 열대 산호초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이들 산호초는 약 5억 명의 삶을 지탱해주는 필수조건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탄산음료를 에로 들어 보자. 부모들이 어린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설탕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이들이 사이다나 콜라를 많이 마시면 치아가 나빠지기 쉽다. 탄산음료에 함유된 탄산이 칼슘골격을 녹이기 때문이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흡수되어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어린 어패류들의 칼슘골격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자란 성체들은 바다 산성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린 어패류들은 골격을 형성하기 어려워 바닷물이 산성을 띠게 되면 정상적으로인 성장하기가 어렵다.

 바다가 완충작용(buffer system)을 하기 때문에 바다 산성화 정도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산화탄소의 유입이 바다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해양생물학자들이 바다산성화가 바다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 결과 매우 작은 수준의 산성화라도 어패류 유생들의 생장과 행동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산호초의 경우는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산호초는 탄산칼슘으로 되어 있서 산성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산호초가 파괴되면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사라지게 되며, 산호초 주변의 물고기에 의존해 삶을 살아가는 열대지방의 많은 원주민들이 생계를 잃게 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