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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 기후회의는 '징검다리'에 그칠 것인가?

어제 <코펜하겐에서 칸쿤까지-2010 기후변화협상,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는 29일에 시작되는 칸쿤 회의를 앞두고, 코펜하겐에서 칸쿤까지 기후변화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져왔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는 자리였습니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공동주최했고, 아주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칸쿤 회의에 대한 관심이 적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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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는 환경재단 최열 대표의 여는 말로 시작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의 발표로 이어졌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최근 기후변화 논의의 흐름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코펜하겐 회의 결과부터 칸쿤 회의에 대한 일반적인 전망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안병옥 소장이 요약한 칸쿤 회의의 전망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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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미국의 정치적 동력 상실, EU의 영향력 약화 등으로 구속력있는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 주요국들은 2011년 남아공에서 열리는 COP17에서의 협상 타결을 목표로 COP16을 '징검다리 회의'로 인식하고 접근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 합의가 어려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문제보다는 기후변화 적응기금의 조성 및 관리운영 방식과 기술이전 등에 논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현존하는 기후변화 펀딩 채널'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기금 조성 방안으로 CDM 규정 간소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 REDD+의 구체적인 방식, 항공과 선박 등 수송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 농업의 흡수원 인정 등에서 진전된 논의가 예상된다.

□ 2012년 이후 선진국은 교토의정서를 계속 따르고, 개도국은 다른 트랙의 협약을 달성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교토의정서 체제를 연장하는 단일 트랙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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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환경부의 성수호 지구환경담당관은 칸쿤 회의의 최대 성과는 신 기후기금 설립 합의와 MRV에 있어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며, 칸쿤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대표단의 입장을 이야기했습니다.

□ 신 기후기금 설립이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선진국의 리더십을 촉구하고, 개도국의 자발적 감축노력 강화도 촉구하여,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 국제사회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할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윤순진 교수는 "이 토론에 참석하기로 했을 때, 누구의 입장에서 누구를 향한 이야기를 해야할지 막연함을 느꼈다. 세계 시민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동의와 설득을 이끌어낼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셨지요.

대한상의 기후변화대책단의 이종인 단장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기후회의의 논의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해나가기 위해서는 오늘 토론회 같은 자리가 자주 필요하다며, 내년 1월부터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매달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던졌습니다. 비관적으로 말하면, 이대로 있다가 바닷물이 우리 가슴까지 차올라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죠.

중앙대 김정인 교수는 기대감이 사그라든 칸쿤회의를 '신뢰감을 회복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코펜하겐 회의를 통해 개도국과 선진국 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신뢰감을 회복해야 COP17에서 논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작점은 선진국의 개도국 기금 지원과 검증에 관한 논의가 될 것이라네요.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진우 상임연구원은 "COP16을 '징검다리'라고 표현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기대감이 떨어진 회의라고 해서 더 이상의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습니다. 물론 비관적으로 보면 올해도 내년에도 기후협약이 달성될지는 미지수이나, 협약이 달성되고 되지 않고에는 시민사회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발언과 개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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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고철환 교수님이 '사려깊은' 좌장으로서 역할을 해주신 덕에 짧은 시간 안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었습니다. 발제자로, 토론자로, 좌장으로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그동안 시민사회 내에 기후협약에 대한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이 아닌 새로운 판을 창의적으로 구상해보는 일도 적었던 것 같고요.

칸쿤 회의는 다음주에 시작합니다. 칸쿤회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