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전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생태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에도 돈을 벌어다준다는 개발논리에 대항하는 반대운동의 논리는 철학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지금의 4대강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생태계 보전논리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유엔이 발간한 새천년 생태계 평가(Millenium Ecosystem Assessment) 보고서가 나온 이후부터다. 지난 수십 년간 생태학과 경제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집약된 결과물인 이 보고서는, IPCC의 기후변화 보고서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보고서로 평가된다. 이 보고서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4가지 범주로 나누어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0일 생태계 가치평가에 관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보고서가 ‘생태계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EEB)’ 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TEEB는 2007년에 유엔환경프로그램(UNEP)과 G8+5 국가 환경부들의 후원으로 조직된 연구팀이다(유럽연합과 일본이 포함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빠져 있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고 있는 제10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COP10)에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약 3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생태계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생태계의 가장 큰 특성은 복잡성과 다양성에 있다.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잘 견디기도 하고, 파괴된 후에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한계를 넘어서면 다시는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이러한 역동적인 특성을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레질리언스(resilience)이다. 자연계가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가치를 통일된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TEEB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 생태계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전체 항목을 대상으로 개별 항목들이 사회에 주는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 이때 생태계를 이용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생태계가 주는 서비스의 가치 평가에는 적절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적인 특성과 시간적인 차원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예컨대 코스타리카의 커피농장과 인접한 숲의 경우 곤충의 꽃가루 옮김(pollination) 효과가 헥타르 당 연간 395달러의 가치로 계산되지만, 인도네시아의 밀림 에서는 그 가치가 달라진다. 또한 열대밀림의 경우 생태계 조절서비스(온실가스 저감, 토양손실 방지, 대기 및 수질정화)의 가치는 전체 서비스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평가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평가된 생태계의 가치에 기초해 정책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자행되는 생태계 파괴사업을 중단하고, 생태계 가치를 국가자산 통계에 등록해 이를 매년 산정해야 한다. 또한 생태계 보호에 민간부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생태계 이용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전 세계 생태학 연구의 흐름은 점차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TEEB 보고서는 이러한 과학연구의 결과들을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생태학과 경제학의 만남은 새롭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일이다.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y)이 'Eco'라는 공통의 접두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렇다.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두 학문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다. 이 들이 다시 만나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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