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과학기술원(The institution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IET)은 통념을 뒤집는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온라인 쇼핑이나 재택근무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주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한번에 25개 이상의 상품을 주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프라인 쇼핑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재택 근무시간에 이곳저곳을 다닌다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최대 30%까지 더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이 불러오는 ‘리바운드 효과’에 주목했다.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s)란 온실가스 배출 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행동이 오히려 예기치 않게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에어컨을 구입해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치자. 에어컨 1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줄어들었지만, 이 효과는 에어컨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상쇄된다. 기술 발달로 효율은 높아졌지만 모든 에어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과거보다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품 구매가 탄소 저감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상품구매를 3.5회 정도 대체할 수 있거나 25개 이상의 물품이 동시에 배달될 경우에만 온라인 쇼핑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실제 탄소저감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첫째, 리바운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하면서 그것을 핑계로 온실가스를 실제로 줄일 수 있는 행동을 유보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둘째, 정책 결정자들은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긍정적 장점이 리바운드 효과 탓에 상쇄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입안된 정책이 탄소 배출을 단순히 장소만 옮기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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