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의장 라젠드라 파차우리에 대한 사퇴 압력이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IPCC는 2007년 제4차보고서에서 발견된 오류들 때문에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특히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에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빙하게이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라젠드라 파챠우리 IPCC 의장
이후 파챠우리는 IPCC의 신뢰도 손상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 왔지만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중립적인 전문가 조직 ‘인터아카데미 협의회(IAC, InterAcademy Council)’가 IPCC의 개혁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서, 파챠우리는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금 힘이 실리고 있다. IPCC 개혁방안에 관한 검토와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사람은 UN의 수장 반기문 사무총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IPCC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 정치, 사회경제 분야의 자료 수집과 검증 및 보고를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개입과 관심의 증대, 더욱 정밀해진 검증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IPCC의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피하다. 보고서가 담고 있는 권고사항은 조직 거버넌스 및 운영 방식, 자료 검토과정, 불확실성의 기술과 전달방법, 의사소통, 평가과정의 투명성과 관련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향후 IPCC의 보고서에는 주류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와는 다른 과학적 견해도 기술되어야 한다.
● 기후변화 데이터를 취급함에 있어서 보다 엄격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 IPCC 내에서의 거버넌스와 운영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상설 집행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며, 구성원으로는 IPCC 의장, 작업반 공동의장들, 사무국의 고위급 실무책임자, 평회원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 IPCC 임원들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하며, 의장의 임기는 현재(6년 임기에 한차례 연임 가능)보다 대폭 단축되어야 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PCC 파챠우리 의장은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챠우리 의장의 사퇴 여부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제32차 IPCC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AQUA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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