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국내외 전문가 좌담] "4대강, 소독약 냄새 나는 청계천처럼 되지 않을까"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 문화를 보면 전통적인 조경이라든지 해서 언제나 자연을 최대한 존경하고, 최소한 손 대고 그냥 그대로 감상하고 그런 전통인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하니까 어이없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사업을 지켜본 벤 잭슨 기자의 지적이다.
<뷰스앤뉴스>는 지난 17일 저녁 시내의 한 호텔에서 운하반대교수모임과 공동으로 외국인들이 4대강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에서 오랜 세월 생활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분들로 구성됐다. 시작부터 한국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영국의 벤 잭슨 기자는 "한국은 정치인들 덕분에 잘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고, ‘그런’ 정치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국민들이 훨씬 훌륭한 거 같아요, 정치인들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해요. 영국도 그런 문제에 대한 의식이 좀 낮은 수준이고요. 한국도 영국처럼 아직 좀 낮은 거 같구요"며 "예외가 있으면 독일 같은 나라는 조금 그 이해수준이 더 높은 거 같고, 스위스나 스웨덴 그런 나라도 상대적으로 좋은 것 같은데요"라며 아직 일반인들의 환경문제 인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지적했다.
'람사르 네트워크 재팬' 소속의 환경전문가인 일본의 타나카 히로시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발표했을 때 소감과 관련, "대운하에 5천톤급 (배가) 들여와가지고 중국 손님을 데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이게 뭐냐고~ 그렇게 느꼈다. 보통 유럽이나 카리브해나 그런 데라면 일주일, 10일, 길면 한달 정도 크루즈여행 즐길 수 있는데, 한강 들어오고 그러면 소백산 터널 안에서 뭐 낙동강 가는 게 뭐 크루즈여행? 그런 거 하나만 듣고도 ‘아! 대운하라는 게 엉터리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운하 포기후 나온 4대강사업에 대해서도 "4대강에 대해서는 2009년 12월 말에 한국 NGO와 일본 NGO 회의 있어 가지고 보러 오라고 하니까 거의 밤에 어두워지기 직전에 함안보를 가봤어요. 그때는 규모가 크고 한군데만 갔으니까 ‘아, 이것 좀 큰 문제다’라고만 느꼈죠"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후 몇 군데 다녀 봤으니까 알았어요. 얼마나 규모가 큰가, 남한강만 세 군데죠. 습지가 많이 파괴되고. 역시나 그냥 지나가면 안되는 문제구나, 특히 낙동강 쪽에 보면 철새 도래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NGO가 여러 가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력을 다한 방안을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10차 총회때 이명박 대통령이 람사르 협약의 모범국이 되겠다고 약속한 대목을 상기시키며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4대강(사업)의 기공식인가요? 작년 11월에 했을 때 람사르 협약의 사무국장이 미디어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축하한다고. 저는 뉴스만 봤으니까 저는 사무국장이 그 자리에 있다고 착각했어요.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깜짝 놀랐죠.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조사해 보니까 그냥 미디어 메시지고 여러 가지 이런 것을 주의해달라고 얘기했답니다. 축하한다는 말은 일부분이고, 사실 주문이 많았는데 주문했던 부분은 다 커트해가지고 잘라버리고 축하한다는 말만 방송에 내보낸 거죠. 그렇게 이용하고 있어요"고 힐난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벤 잰슨 기자도 "거기에다가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 문화를 보면 전통적인 조경이라든지 해서 언제나 자연을 최대한 존경하고, 최소한 손 대고 그냥 그대로 감상하고 그런 전통인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하니까 어이없다고 생각합니다"고 가세했다.
그는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은 원래 그렇게 나쁜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갖게 된 모양은 ‘녹색성장’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왜곡됐다고 생각해요"라며 "옛날식으로 콘크리트로 막 부어서 ‘보’라는 댐을 건설하고 그런 장난을 자꾸 치니까… 제가 아까 말씀 드렸지만 한국이 영국처럼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아직 약해서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고 꼬집었다.
독일에서 오랜 기간 환경문제를 수학한 독일전문가인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이 대통령이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한 독일의 현황과 관련, "유럽이나 독일은 전체 강에 대해서 생태적인 건강성을 평가를 해서 (1~5등급) 지도 같은 것으로 표시를 해놓는다"며 "그런데 당연히 지금 운하이기 때문에 배가 다니는 곳은 제일 나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소장은 "독일 정책의 큰 특징은 홍수를 막는 댐을 만들고 해봐야 이게 또 계속 피해가 나더라는 거죠. 최근에 보니까 1990년대 2000년대만 들어서 라인강, 엘베강에서 엄청 큰 홍수가 났었거든요. 그런데 예전에 했던 방식이 다 무용지물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반성을 한 것"이라며 "예전에 강이 가지고 있던 공간이 있었는데 그것을 농지 만들고 주택지 만들고 하면서 그 습지를 다 없애버린 거거든요. 그래서 강의 몸을 확 줄여 놓은 거죠. 그러니까 비만 오면 넘칠 수 밖에 없는 거죠. 너무나 상식적인 것에 눈이 가면서 그것을 다시 강에게 돌려줘야 된다. 홍수예방하고 자연보호, 습지보호를 같이 연결해서 통합적으로 하는 것이 독일의 하천정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강을) 복원하는 작은 사업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죠"라고전했다.
그는 "독일 같은 경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같은 것을 내놨다면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만, 미친 짓이라고 했을 거예요. 이거 뭐 이해가 안가는 거죠. 예전에 그게 문제가 돼서 어떻게 하면 다시 원상태로 갈까 고민하는 시대에 옛날 것이 좋다고 하는 거니까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더보기
(2010.8.21, 뷰스앤뉴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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