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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정부 “사다리꼴 준설, 운하형 아냐”…전문가 “독일운하 닮아”

“보도자료 잘못…사다리꼴이 경제적” 이상한 해명
전문가 “양쪽 둑 주변서 파는게 더 경제적” 반박
계획변경 따라 수심 6m 이상땐 화물운하도 가능

4대강 사업 준설공사가 ‘운하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16일치 1·4·5면 참조)에 대해 국토해양부 쪽은 “운하는 아니다”라면서도, 사다리꼴 준설을 운하형이라고 한 국토부 보도자료에 대해 “그림이 잘못된 것 같다”며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이재붕 국토부 대변인은 16일 4대강 공사현장에서 사다리꼴 모양의 준설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중심부 바닥을 준설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며, 공사위치에 따라 단면도의 그림은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 뒤 “(2008년 12월 국토부 보도자료의) 그림은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지나치게 단순화하다 보니 그림이 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날 해명자료에서, 보도자료의 단면도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것일 뿐 “확정된 실제 준설 단면과는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의 하천기본계획을 모두 분석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현재 공사는 4대강 전 구간에서 운하형 하상(강바닥) 단면으로 개조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양쪽 둑 주변부터 파는 게 비용 면이나 공사의 난이도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임에도, 굳이 강바닥 중앙을 중심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준설하는 것은 운하를 위한 목적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해명자료에서 △주요 구간 최소 수심이 0.5~3.0m에 불과하고 △안전 운항을 위해선 수로를 직선화해야 하나 직강화 공사를 않고 있으며 △16개 보에 공도교가 있어 선박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4대강 사업이 운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낙동강 하류에서 경북 상주 지역까지는 마스터플랜상 6m 이상의 수심이 확보돼 2500t급 화물선 운항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대운하 단계에선 어차피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해야 하므로 상류 준설을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직강화 공사 문제는 “보통 운하의 폭이 100m 수준인 데 비해 상주까지 구간의 폭은 대부분 300~500m를 유지하므로 직강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공도교 문제도, 대부분 가동보 높이가 15m 이상이므로 수문을 들어내고 갑문을 설치하면 통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4대강 사업이 운하 전단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의혹은 증폭될 것”이라며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만들어 4대강 사업이 운하 전단계인지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8.16, 한겨레, 정혁준 박영률 황준범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