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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열악한 기후관측 장비…집중호우땐 재난 우려

4대강 ‘수문기상 시나리오’ 왜 필요
현재는 간이장비만…최악땐 댐붕괴 부를수도

2008년 여름, 강원 삼척시 광동댐은 태풍 등이 자주 온다는 예보에 따라 댐 안의 물을 대규모로 방류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태백·삼척·영월·정선 주민들은 이듬해 봄까지 지독한 물 부족 사태를 겪어야 했다. 국지예보 능력의 근본적인 한계와 이에 따른 수량관리 실패가 부른 재난이었다.

또 상당수의 댐이 붕괴 위험을 겪고 있는데도, 국지예보가 미흡해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2008년 낸 ‘상수 전용댐 안전성 대책 및 치수능력 증대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39개 상수 전용댐 가운데 25개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강우로 월류, 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댐들에 대한 보수비용 1600억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보 한 곳의 건설비용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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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관리를 통해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려면, 강 유역별로 국지적인 기상·기후변화를 예측해 보와 댐을 운영하는 수문기상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국지성 집중호우 등 국지적인 규모의 기상모델이 정확히 나와야 이에 따른 하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광동댐의 사례처럼 보나 댐은 역효과를 일으킨다. 미국 등 선진국은 수문기상 시나리오에 따라 기상과 수문이 결합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경우, 선진적인 물 관리 시스템 마련은 뒷전이고, 공기 단축을 위해 준설 작업과 보 건설 등 건설 예산만 투입되고 있다. 기초적인 관측장비도 설치되지 않는 등 지금대로라면 수문기상 시나리오는 4대강이 완공되고 수년이 지난 뒤에야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사업구간에서 관측을 진행하는 곳은 낙동강 강정보~칠곡보 구간이 유일하다. 사업 뒤 수면적이 440만㎡에서 1410만㎡로 3배 이상으로 넓어지는 구간이다. 이렇게 되면 수분 증발량이 많아져 기온과 습도,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인근 지역의 강수량, 안개일수가 변할 수 있다. 특히 강정보 쪽에서 서풍이 불 경우, 대구 분지에 안개가 적체될 수 있어 시급한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측망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국립기상연구소는 관련 예산을 받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기존 대청댐에서 떼어 놓은 자동기상관측장비 9개를 임시 설치했다. 그나마 7개는 높이가 1.5m인 간이 장비다. 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제대로 관측하려면 높이 20~30m의 기상타워를 비롯해 관측장비를 촘촘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대비 사업을 표방하지만, 문제풀이 과정(기후변화 예측) 없이 틀릴지 모르는 답안(보 건설과 준설)만 고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현재 한반도 특성에 맞는 국내 기후변화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기후변화 분석도 없이 4대강 사업을 기후변화 대비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2010.07.29, 한겨레, 남종영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