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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실내기온 32도 ‘한증막’…신음하는 쪽방촌 노인들 건강 적신호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군 장교 출신인 강모(72) 노인은 요즘 더위 때문에 한 달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잠이 들어도 2시간 이내에 깨고, 뜬 눈으로 동이 트기만 기다렸다가 새벽에 탑골공원이나 지하철로 나간다. 서울시는 올 여름 100개 이상의 무더위 쉼터를 지정했으나 강 노인은 거의 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주민들이 이용한다고 했다. 고령으로 어려운 처지에 젊은 사람들과 섞이기 싫은 듯했다. 그는 “낮에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지만 도움은 별로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쪽방촌에 사는 고령자들이 폭염에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의 절반가량은 폭염 기간 중 평균 수면시간이 2시간 반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수면 시간 7.4시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소장 안병옥)는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과 하자작업장학교와 공동으로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건강에 폭염이 미치는 영향을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조사해 2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쪽방 가구의 실내 기온은 여름철 권고 기준치인 26∼28도보다 5도가량 높은 31∼32도로 나타났다. 특히 오전(8∼9시) 평균기온이 31.1도로 오후(2∼3시) 평균기온인 31.9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쪽방촌이 매우 좁은 공간에 미로처럼 방이 몰려 있어 환기와 통풍이 잘 되지 않고, 앞 건물과의 간격이 좁아 낮 동안의 열이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팀은 설명했다. 조사대상 쪽방의 평균 면적은 2.2㎡로 한 평이 채 안 된다.

조사에 응한 쪽방촌 주민 20명(남 15명, 여 5명) 가운데 수면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는 노인들은 실내온도가 1도 올라감에 따라 체온이 약 0.2∼0.4도 상승했다. 폭염발생 기간 동안 건강에 이상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72.2%에 달했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50%로 가장 많았고, 근육통과 근육의 경직 33.3%, 두통 27.8%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자들은 폭염이 발생했을 때 가장 원하는 것으로 ‘시원한 식수 지원’(38.9%),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영양주사나 영양제 지급 등 정기검진’(16.7%)을 주로 손꼽았다. 이들은 식수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거나 끓여서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독거노인인 이들은 또한 폭염시기에는 방문간병인 혹은 방문간호사의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2010.08.22, 국민일보, 임항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