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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지상중계] 기후와 건강의 적신호 육류소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고기 줄이고 채소 늘리는 식단이 기후변화의 최선책”

얼마 전 방송된 MBC의 다큐멘터리 한 편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목숨 걸고 편식하다’. 내용은 채식을 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었고 건강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채식을 택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채식을 했고 그래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양학에 의문을 제기하며 채식의 유용성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육식을 즐기며 스스로 고기를 생산해 내던 미국의 축산업자가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주의자가 되기까지의 체험담을 기록한 책이 서점가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나친 육류소비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려 관심을 불러모았다. 지난 5월10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 주도로 열린 토론회는 육식문화가 안고 있는 모순점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기정 의원(민주당·광주북갑)은 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5월10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기후와 건강의 적신호, 육류소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 육류소비 어느 정도?

이날 토론을 주최한 강기정 의원은 축사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로 알려진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는 이 지구 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는 기후변화 문제를 국민들의 식생활과 육류소비의 문제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국민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찾고자 하는 바람으로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금까지의 기후변화의 대처방안이나 환경운동의 주된 관심은 산업시설과 자동차의 배기가스,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한 후 “그러나 실제로는 과도한 육류소비가 기후변화 기여도의 절반 이상으로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육식을 억제하여 메탄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 최단 시간 내에 기후변화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은 기존의 환경문제에 대한 시각을 크게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학계·관계·교육단체·보건의료계·환경단체 등 환경과 건강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전문적인 분석과 문제제기를 통해 대중적으로 쉽게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의 주도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육류 소비량 현황과 기후변화와 건강측면에서의 평가’라는 주제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육류소비가 급증해 섭취량이 과다한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서 관련 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며 육식의 직접적인 영향과 목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이중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식단의 연관성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길예 전남대 교수는 ‘기후변화와 식단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육류를 더 나은 대안으로 대체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되돌리는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실제로 이런 전략은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더 신속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의 글을 자세하게 인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축산단지 조성을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육식을 줄이면 탄소흡수 저장력이 높은 우림을 보호할 수 있으며, 사료 경작지 역시 조림을 통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게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은 2009년 발표한 ‘식단의 변화가 주는 기후상의 이로움’이란 보고서에서 육식을 절반만 줄여도 섭씨 2도 상승 이하로 기후를 안정시키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을 줄일 수 있고, 완전채식을 할 경우 그 비용을 8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채식은 식량 부족에 대응하는 효과적 전략이다. 현재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과 이상기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1인분의 육식이 22인분의 채식에 해당된다는 통계는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 대응할 전략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채식은 건강을 회복하고, 의료비용을 줄이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한다.

만약에 육류를 섭취하는 우리의 생활방식이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면, 내가 기후변화의 주범이고 내가 바로 기후변화를 해결해 나갈 희망이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행복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생활방식을 다소 바꾸기만 하면 된다.”

조 교수는 이렇듯 “지구 온난화의 심각한 현황 속에서 축산업의 기후변화 기여도가 51% 이상이라는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육류를 채식류로 바꾸는 식단 변화가 기후변화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밥상에 생명을 차려라

이날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용중 아이건강제주연대 정책위원장은 육류 중심의 식단이 현대인과 아이들의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설명하고 공공급식에서 채식식단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학교급식에 주1회 채식급식을 제안했다.

“지구촌의 3대 과제는 지구 온난화, 자원의 고갈, 아이들의 건강악화 등이다. 이 지구촌의 3대 과제는 지속가능의 핵심적 열쇠이며 하나로 연결된 통합된 의제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채식주의자의 비율을 따져봤더니 영국 20%, 미국 15%, 한국 3~5%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채식 비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학교 급식에서 육식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미국 25% 한국 30%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채식 비율이 절대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최재숙 에코생협 상무이사는 왜곡된 외식문화와 초대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슬로푸드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밥상에 생명을 차리자’는 최 이사의 주장에 좀더 귀를 기울여 보자.

“사실 고기를 완전히 끊고 채식을 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왕 고기를 먹을 경우 좀더 안전하고 기후변화에 덜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광우병 사태가 나고 식당에 원산지표시 공개의무와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국내산 쇠고기 사용량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생협에서도 작년 추석 이후 국내산 쇠고기가 모자라 한동안 공급하지 못했다. 갈수록 소비량은 늘고 있는데 의식적으로 소비량을 줄이는 운동과 함께 이왕이면 유기축산을 먹어야 한다. 소를 키우는 데 드는 사료 외에도 수입하는 데 발생하는 CO₂의 양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내산 쇠고기도 대부분 사료를 수입해서 먹이기 때문에 GMO 우려의 사료와 CO₂ 발생량이 뒤따른다.

육식으로 인한 질병이 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요새 성조숙증이 대두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생리를 하고 가슴이 커지는 아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가축을 키우는데 성장호르몬제를 먹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유기축산을 하게 되면 우선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의 우려에서 벗어나고 사료도 지역농산물의 부산물이나 유기조사료를 먹이기 때문 그나마 낫다. 그리고 꼭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쇠고기보다는 돼지나 닭고기 오리고기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목숨을 걸고 편식을 하라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성후 MBC PD는 ‘목숨 걸고 편식을 하자’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이 나이 들어 걸리는 병들은 대개 혈관과 관계되는 것들이다. 동맥경화·고혈압·당뇨 등은 모두 우리의 피나 핏줄 상태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피를 맑게 하는 식품, 좁아진 혈관 벽을 넓히는 성분은 식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다. 동물성 식품은 피에 관한 한 모두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 피를 탁하게 하고 혈관 벽을 두껍게 하여 혈압을 높이고 혈류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이라는 식품은 없다. 동물성 식품이 있을 뿐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먹으려면 반드시 동물성 지방을 동반 섭취할 수밖에 없다. 동물성 지방이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면에서 굳이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얘기가 나온다. 안전한 식물성 단백질이 얼마든지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며 동물성 단백질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루아침에 고기를 안 먹을 수 있겠는가? 다만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 정도라고 할까. 입에 좋은 것만 생각해서 먹지 말고 때로는 몸에 좋은 것을 생각해서 먹었으면 한다. 먹는 것은 내 몸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내 몸의 문제이자 내 가족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또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채식 인구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기 먹지 않을 자유’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강제급식’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먹을 것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스템 속에서는 개인이 힘겹게 지켜가는 ‘채식’을 통한 가치들이 쉽사리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현주 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부회장은 개인의 건강문제와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밀접하게 연관된 하나의 문제로 보고 기후변화와 건강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밥상환경운동을 제안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 실천

아울러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주일에 하루를 채식식단으로 바꾸는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국내외의 실천사례들을 소개했다.

“기후변화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기온과 식생의 이동은 전 세계 시민의 먹을거리 생산과 공급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새로운 전염병과 질병을 발생시킨다. 전염병의 출현이 빈번해지면 개인이 의료기관에 가서 치료를 받는 형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의료체계 전반적인 조직화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병이 난 이후에 약을 처방하는 의료체계만으로는 늘어나는 질병과 허약해지는 인류의 면역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먹을거리를 바꾸는 운동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미래대비 전략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미 미래학자들은 인류가 앞으로 다가올 위기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채식, 단식, 소식을 해야 한다고 예견했다. 먹을거리는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체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먹을거리 운동은 한 개인의 건강, 가정의 건강 차원의 이슈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채택되어야 하며,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국가정책으로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환경과 건강의 상호연관 관계가 앞으로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며, 먹을거리 정책이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될 것이다.”

(2010.5.17,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