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은 오래된 것이다. 이 논란은 2007년 IPCC 4차보고서의 발간으로 종식된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작년 11월 영국 과학자들의 이메일이 해킹되면서 기후변화의 증거가 의도적으로 과장되고 있다는 이른바 ‘기후게이트’와 IPCC 보고서가 히말라야 빙하가 녹는 시점을 잘못 인용한 ‘빙하게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지렛대 삼아 이득을 보는 녹색기업들의 로비설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눈으로 볼 때 IPCC 4차보고서의 오류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2007년 이후의 연구결과들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논문이 한 과학저널에 발표되어 눈길을 끈다. 이 논문은 2007년 이후 출간된 빙하, 강우량, 기온과 관련된 기후변화 논문 110편을 검토해 기후변화의 원인을 밝히고자 했다. 그 결과 글로벌한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수준에서도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 점은 기온상승, 강우량 변화, 해류순환 변동 등에서 확인된다. 이 논문의 특징은 IPCC 4차보고서의 수준을 뛰어넘어 지역 차원에서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논문들은 전 지구적인 규모의 현상을 파악하고 예측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최근의 논문들은 보다 지역적인 규모에서의 기후변화 예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각자가 살고 있는 주변지역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8도 증가했다는 내용은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숫자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30년 예상되는 강원도 평균기온, 제주도 평균 강우량, 인천앞바다 해수면 상승처럼 지역의 구체적인 조건을 반영한 자료들이다.
이 논문은 IPCC 4차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역적인 규모에서의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적인 분석 결과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보다 강력한 증거를 제공해준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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