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예기치 않게 거대 기업들에게 횡재를 안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비영리 탄소시장정책 분석기관인 샌드백(Sandba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10대 기업들이 2008년 초과할당분으로 이익을 취득한 액수는 6억8천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철강, 시멘트 제조업체가 대부분인 이들 10대 기업들은 현재의 탄소시장 가격대로라면 2012년에 초과 할당분으로 4백3십억 달러의 이익을 보게 될 예정이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 및 청정기술 개발에 대한 유럽연합 전체의 투자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샌드백의 한 분석가는 “배출권거래제는 탄소감축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기업들이 이 정책을 빌미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면, 유럽연합은 감축목표를 강화해 배출량거래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이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시행한 것은 교토의정서가 수용한 유연성 메커니즘에 따라 2005년부터다. 할당된 배출권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한 기업들은 주어진 배출권을 초과해 탄소를 배출한 기업들에게 잔여분을 팔 수 있으므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탄소배출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 탄소배출권거래제의 이론적 토대였다.
그러나 에너지, 철강, 시멘트 부문의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침체로 생산량이 줄어들어 할당된 양보다 적게 CO2를 배출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잉여배출권이 탄소시장으로 흘러들어가 큰 수익을 냈다. 샌드백의 보고서는 탄소배출권 판매로 수익을 본 10대 기업 중,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2008년 초과분의 40%이상을, 프랑스의 대형 시멘트제조업체 라파즈(Lafarge)와 스웨덴 철강회사 SSAB-Svenskt Stal등이 10% 안팎의 이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보통 기업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배출할 양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출권 초과할당은 탄소 감축은 하지 않은채 앉아서 돈을 버는 부당이득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산화탄소 1톤의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다. 2008년 중순 38달러 가깝게 치솟았던 탄소가격은 현재 1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탄소 가격의 하락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낮은 탄소가격은 저탄소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줄어들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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