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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바이오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대안인가?

바이오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신기술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너지 중에서 포장만 그럴듯할 뿐 실제로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바이오에너지들이 있다. 불과 1년 반 전쯤 세계 곡물가격이 엄청나게 오른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옥수수, 콩 등의 수요 급증은 곡물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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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펠렛 Photo: IStock


‘바이오’라는 단어는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바이오에너지의 생산과정과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피해를 들여다보면 친환경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무를 재료로 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벌목한다든가, 생장이 빠른 유전자 조작 수종을 재배하는 것은 삼림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후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삼림 훼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5월 국제환경단체인 Global Justice Ecology Project, Global Forest Coalition, Biofuelwatch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나무 바이오에너지: 녹색 거짓말’에서도 확인된다. 이 보고서는 유럽의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스웨덴의 전력회사 Vattenfall는 리베리아 고무나무에서 고무를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로 목재칩을 생산해 자국의 발전소에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발표로 리베리아 국민들이 이용하는 고무나무 목탄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면서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던 적이 있다. 또한 고무나무 가격이 상승하자 삼림생태계를 파괴해 고무나무 농장을 만드는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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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리아는 고무나무를 심어 토지소유권을 구분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무나무들이 무분별하게 벌목되면서 이러한 전통 문화가 크게 훼손됨과 동시에 토지소유권 다툼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스웨덴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한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수탈해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갔듯이, 개발도상국의 삼림을 파괴하면서 자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환경식민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정책을 펴는 곳으로 알려진 유럽에서도 바이오에너지를 재생가능한 청정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을 청정에너지의 예로 들고 있지만, 실제 유럽시장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68.5%는 바이오에너지이다. 바이오에너지 자체는 화석연료에 비해 깨끗하고 안전하며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바이오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바이오에너지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로 기술개발 측면에만 국한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갈등과 피해예방을 위한 사회과학적인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