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더 높여야” (이투뉴스 2009.11.9)

   
"기후변화, 탄소배출권거래제ㆍ세제 개혁ㆍ재생에너지가 해답"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기후변화는 통합 환경정책입니다. 지금까지는 물, 공기, 폐기물 등 각 분야마다 분리된 정책을 펴왔는데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면 모든 환경 분야의 수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일 경복궁 근처에서 만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의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이다. 세계 환경정책에는 흐름이 있는데 지금은 기후변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게 안 소장의 설명이다.

다음달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이 될지, 감축량은 얼마로 정해질지 지구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회의 전에 자발적 감축안을 발표하기로 해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안병옥 소장을 만난 날 청와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검토 중인 3가지 안 가운데 감축 폭이 가장 큰 4% 감축안을 택했다고 발표했다. 안 소장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5억9000만톤이니 그해 대비 4% 감축한다고 해도 그리 크지는 않다”며 “녹색성장위원회에서 2005년 대비 10% 감축안도 고려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분명 가능한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해 안 소장은 한마디로 ‘산업계의 승리’라고 못 박았다. 그는 “녹색성장위원회도 결정을 앞두고 산업계와는 40여차례나 회의를 했으면서 환경단체와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속가능경영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입장이 다릅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하다고 하지 않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5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을 8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안 소장이 온실가스 감축에 반발하는 업계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계가 제일 어렵다. 특히 철강 업계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목표치 전체를 끌어내리려고 하면 안 된다”며 철강업계 등은 별도로 관리하는 산업별 차등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 정책은 상향 조정하되 예외적인 경우를 마련하자는, 보다 합리적인 제안을 내놨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산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산업계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하면 안이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탄소배출권거래제다. 연구소도 지난 6월 개소 후 첫 기후행동세미나로 이 주제를 정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각 국가가 부여받은 할당량 미만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 나머지를 다른 국가에 팔 수 있고,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다.

안 소장은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후변화대응의 한 수단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세제 개혁과 재생가능에너지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외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세제 개혁은 유럽의 것을 참고로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에 세금을 더 부과해 가격을 높이고, 근로소득세나 법인세 등 노동과 관련한 세금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세의 일종인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는 그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탄소세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한다는 느낌이 있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의식이 높은 유럽에서도 탄소세 도입은 반발이 크다”는 설명이다.

안 소장은 다음달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최열 환경재단대표와 함께 시민단체(NGO) 자격으로 참가한다.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의 채택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면, 이번 코펜하겐 회의는 각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하는 실천 약속이다.

하지만 그는 “코펜하겐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졌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의견차가 커 감축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가면 무언가 건져야 하는데, 뭘 건질 수 있을까 고민 된다”는 말도 회의의 한계가 빤히 보이는 상황에 대한 푸념처럼 들렸다. 국제사회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에 반발해 “3만명 정도의 전 세계 NGO가 코펜하겐에 모여 다음달 12일에 공동행동을 할 것”이라고 안 소장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