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다수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운송수단으로 비행기를 지목할 것이다. 속도와 이동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비행기는 가장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시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 논문이 환경분야 최고 수준의 과학저널로 꼽히는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되어 소개되었다.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 학자들이 작성한 이 논문의 내용은, 승객 및 화물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5년, 20년, 50년 후의 기온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승객 운송수단으로는 모터 자전거, 오토바이, 삼륜차, 자동차, 버스, 트레일러, 선박, 여객기, 기차 등을 포함시켰으며, 화물 운송수단으로는 소형트럭, 대형트럭, 화물선, 화물수송기, 기차 등이 고려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화물선의 경우 5년 후에 약 3.46 mK (mK: 밀리 캘빈, 1000분의 1 캘빈온도)의 기온 감소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화물선은 벙커C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숯검댕과 같은 미세입자를 많이 배출하는데, 이들 물질들은 햇빛을 반사시켜 기온을 떨어뜨리는 구실을 한다. 하지만 50년 후에는 화물선이 0.12 mK가량의 기온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었다. 숯검댕은 몇 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지만, 이산화탄소는 50년 후에도 여전히 온실효과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5년 후를 기준으로 보면 여객기는 기온을 2.12 mK가량 상승시켜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50년 후에는 기온을 약 0.23 mK 상승시켜 자동차 1.03 mK의 5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형화물트럭에 의한 기온상승은 5년 후 0.81 mK, 50년 후 0.44 mK로서 화물운송수단 중에서는 기온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연구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는 운송수단의 경우 미래의 기준 시점에 따라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을 고려해 계산하는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효용성을 잃었다고 보아야 한다.
디젤기관에서 발생하는 숯검댕이나 황산화물은 기온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완화에는 유익한 물질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도심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번 연구는 각 운송수단별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미래의 교통수단을 선택할 때에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
관련 기사 보기: 기후변화시대,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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