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는 대기오염물질’ 법안 발의 |
CO2 체계적 관리 계기 … 법적규정이 실질감축 첫 걸음 |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명확하게 규정하여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영희 의원(민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28일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포함시켜 규제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산화탄소(CO²) 등 온실가스를 직접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해 측정→통계→분석→검증→규제 등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국제사회 움직인 과학자들 = 종전에는 온실가스가 개인에 직접적으로 해롭지는 않다는 시각이 있었으나, 기후변화 국제협약을 이끌어냈던 국제 과학자들의 모임인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즉, 온실가스가 지구대기 전체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생태계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해 왔다. 그 결과 선진국의 자발적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끌어낸 도쿄협약을 출범시켰고, 올 연말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로 불리는 코펜하겐회의에서 ‘포스트 교토’체제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은 온실가스의 법적 지위에 대한 규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3부, ‘온실가스는 오염물질’ =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7년 4월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 미 환경청(EPA)의 온실가스 규제에 반발해 메사추세츠주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이산화탄소는 대기오염물질이며 EPA는 청정대기법에 의거해 규제할 권한이 있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후속 입법조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적극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09년 4월 EPA는 ‘인간활동에 의해 유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인류보건에 위해하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2009년 6월 27일 미국 하원은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상위 기본법인 일명 ‘왁스만-마키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온실가스를 ‘지구온난화 오염’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2009년 6월 30일 EPA는 연방기준보다 강하고 즉시 시행되는 14개주의 온실가스 규제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EU, 강력한 자동차 CO² 규제 = 2008년 6월 호주 정부도 탄소오염저감계획을 발표하고 ‘온실가스는 오염물질’이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린페이퍼로 불리는 이 백서에는 탄소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국제협력을 3가지 축으로 한 호주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담겨있다. 온실가스 규제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가 오염물질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다. 하지만 유럽은 이미 온실가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와 생태계 파괴, 인체건강 영향 등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오염물질 여부에 대한 논의를 생략한 채 곧 바로 규제에 들어간 것이다. 유럽연합 이사회와 유럽연합 의회는 2008년 12월, 2012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0g/㎞, 2020년 95g/㎞으로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면 g당 누적벌금을 부과하는 자동차 이산화탄소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우리나라, CO² 규제 근거 없어 =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직접적인 오염물질로 규정하지 않고 기후·생태계 변화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77%를 차지(IPCC보고서, 2004년도 기준)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규제 장치가 없다. 현 대기환경보전법 등에는 6개 온실가스 중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3개 물질만 대기오염물질로 규정돼 있다. 그에 따라 아무리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도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겠다는 발표했지만, 실천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온실가스에 대한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를 오염물질로 규제하고 정책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최영희 의원은 “온실가스가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위해를 끼친 사례는 많다”며 “이제는 온실가스를 인간에게 유해한 오염물질로 직접 규제하고 그에 따른 정책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정부의 방조아래 온실가스 사용에 따른 부작용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왔다”며 “이같은 무임승차를 이제는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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