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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기후변화 논쟁의 최종 승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 관련 주요 담론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였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사회경제적 제도와 온실가스 회수기술 개발이 관심의 초점이었던 셈이다. 온실가스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는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이 있다. 적응은 인명과 재산 등 기후변화 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때 기후변화 적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다. 적응노력이 저감노력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언론, 과학자, 정부의 관심은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맞춰져 왔다. 하지만 작년 12월 코펜하겐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상태다. 특히 두 차례의 기후변화 게이트는 IPCC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이 사건들이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을 제공해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의 배후에 화석연료로 돈을 버는 다국적기업들이 있음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관련기사: ‘석유기업 로비에 가로막힌 기후변화법’ 참조). 최근 언론에서는 기후변화 논쟁을 가십거리 정도로 다루고 있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감축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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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D.C. Atty


  최근 미국 Pew 연구센터에서는 전 세계 22개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9개국의 국민들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라질은 85%의 응답자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터키, 레바논, 한국, 멕시코 등의 국민들의 대다수도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기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사정은 딴판이다. 미국에서는 37%, 중국에서는 41%의 응답자만이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인간의 활동을 꼽았던 미국인들이 절반 정도였지만, 올해는 34%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지난 11월 중간선거의 패배로 2년 후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기후변화로 발생하고 있는 인명 및 재산피해는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두 달간의 열대야,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파키스탄과 미얀마의 홍수, 러시아를 강타한 폭염과 대규모 산불 등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고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은 향후 반세기 이상 지속된다.

  이제는 더 이상 온실가스 저감(mitigation)만으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회경제적 취약부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은 균형을 이루면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작은 실수를 빌미로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과학자들을 공격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우리가 기후변화 논쟁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기후는 변화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이 겪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의 존재 여부와 원인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볼 수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 논쟁에서 최종 승자는 없다. 승자가 있다면 위기를 일찍 감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