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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서 칸쿤까지

이름만 바꿔 기후변화 기금으로 재포장?

작년 말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300억 달러의 기후변화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013년부터는 매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올해부터 지원될 300억 달러 중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기금의 이름만 바꿔 붙인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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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로이터 통신은 일부 선진국들이 국가 부채 증가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데다가 과거에 조성한 기금을 재포장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경제가 안정된 독일마저도 이 기금에 대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새롭고 추가적인’ 기금이란 1970년 유엔의 목표치(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의 0.7% - OECD 국가를 기준으로 총 1,200억 달러에 달함)와는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선진국들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일본이 약속한 150억 달러는 매우 큰 금액이다. 하지만 이 중 많은 금액은 일본이 이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지원하기로 합의했던 ‘쿨 어스 파트너십(Cool Earth Partnership)’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EU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96억 달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3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역시 코펜하겐 이전에 이미 합의되었던 것이다.

한편, 스위스, 멕시코, 네덜란드는 선진국들의 공약내용을 제공하는 새로운 웹사이트를 완성한 상태다. 이 사이트는 이번 주 30여명의 환경부장관들이 참석하는 제네바 비공개 회의에서 처음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후변화 기금 마련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신뢰형성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11월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회의가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기금제공 약속이 말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이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의회에 1억4천만 스위스 프랑(=1억3590만 달러, 300억 달러의 0.45%)의 긴급 재정지출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스위스가 배출하는 0.3%를 기준으로 하고 스위스가 선진국 중에서도 부유한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산출한 금액이다.

선진국 정부들이 자신들이 제공해야할 기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향후 기후변화협상은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AQUA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