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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온실가스 감축 ‘샛길’로 빠지나

실천계획 대신 ‘기술’만 강조 … 화석연료 사용 줄일 계획 내놔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샛길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20년까지 발전전망치(BAU)대비 30% 감축이란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발표해야 할 시점에서, 부문별 목표치와 실천계획 대신 ‘기술’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술혁신이 유일 해법이라니 = 지식경제부는 16일 ‘에너지 R&D 혁신이 온실가스 감축 유일 해법’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다나카 사무총장을 초청해 ‘2050년까지 화석연료의 사용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투자를 통해 저탄소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민과 기업의 감축노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보다는 기술 혁신으로 이를 대신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하지만 ‘기술개발로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자’는 것은 온실가스의 원천인 석유자본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이자, 다른 한편에서는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기술 주도의 온실가스 감축 주장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은 유럽이 1990년 대비 5% 감축을 달성하는 동안, 기술혁신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미국은 16.3%나 온실가스 배출이 늘었다. 결국 미국도 오바마 행정부 들어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선회를 하고 있다.

◆ 석유자본이 주장하는 CCS 기술 =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 기술로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이 꼽힌다. 대표적인 다국적 석유자본인 셸 그룹의 ‘여로엔 반 더 비어(Jeroen van der Veer)’ 회장은 “CCS 기술은 세계 경제 번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하면서도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CS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CCS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압착한 뒤, 원유와 가스를 빼낸 빈 공간이나 안전한 지층에 밀어 넣는 것이다.

과학자 중에는 이 기술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덴마크 지구시스템과학센터의 게리 셰퍼 교수는 “탄소포집저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수만 년 동안 미래세대의 위험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며 “이는 1000년 동안 탄소가 누출될 확률이 1% 미만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최근 미국의 과학저널 네처럴 지오사이언스에서 지적했다. 그는 “지진과 같은 지질학적인 변동에 의해 탄소가 누출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탄소포집저장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탄소격리의 위험은 존재하며 탄소포집저장이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해야 = 지난 5년간 일부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CCS 기술에 대한 환상을 키워왔다. 이에 편승해 이명박 정부도 지난 13일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1조2000억의 예산을 투자해 2030년 BAU 대비 약 10%인 32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준관 선임연구원은 “막대한 세금이 리스크가 있는 쪽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이러한 비용이 현재로도 충분한 기술이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나 에너지 효율개선, 대중교통수송 개발에 투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것에서 이것의 사용을 줄이는 국민적 실천을 바탕으로 한 ‘녹색혁명’의 전환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녹색실천을 유도하기 보다 기술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10.07.19, 내일신문, 장병호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