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낮은 탄소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유럽 배출권거래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놓고 유럽 정치인들과 탄소시장 전문가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국 의회 소속 환경감사위원회(Environmental Audit Committee: EAC)가 보고서를 통해 “EU의 배출권 총량제한이 너무 느슨하기 때문에 탄소가격이 청정에너지 투자를 촉진할 만큼 충분히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분석가들은 2012년까지 운영되는 유럽 배출권 거래제(EU ETS) 2단계의 경우 EU 배출권(EU emission Allowance, EUA)이 2.3%가량 초과할당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원인은 배출권 할당이 완료되었던 2007년에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제침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AC의 보고서는 2020년 유럽 배출권거래시장의 탄소가격 예상가를 톤당 56유로에서 22유로로 하향조정했다. 현재 가격은 톤당 13-16 유로 수준이다. 보고서는 저탄소기술을 적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소가격이 톤당 100유로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EU가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20%에서 30%로 높일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탄소가격 상승 기회는 사라진 상태다.
EAC는 탄소가격을 높이가 위한 방안으로 탄소세 도입, EUA 최소가격제 도입, 잉여 EUA를 포기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등 적극적인 정부개입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무상할당을 줄이고 경매를 통해 배분되는 배출권의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안에 대해 다양한 반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집행위원회는 “현재의 단기적인 낮은 탄소가격이 장기적인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통 투자결정은 20년 정도 후의 탄소가격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탄소가격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탄소시장 관계자들도 EAC의 제안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캡(배출권 총량)이 씌워지면 정부 개입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익하다는 주장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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