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간 보고서 맛보기

지구온난화 속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과학계의 주요 이슈는 증가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 기온이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한편, 기온 상승은 추가적인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왜냐하면 기온 상승에 따라 생물의 생리작용이 활발하게 되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tierra.rediris.es


만일 기온상승에 대한 생태계의 반응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모델 예측 결과가 20-200ppm까지 차이를 보이게 된다. 따라서 기온 상승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최근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발표된 2편의 최신 연구논문을 소개한다.

스위스와 독일의 기상학자들은 지난 천년 동안 남극 빙하에 갇혀있던 기포를 분석해 그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서기 1050년-1800년대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기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기온이 1℃ 증가할 때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7-21.4ppm 의 범위로 증가하며, 중간 값을 취할 경우 약 7.7ppm 정도 증가한다.

이 연구는 기온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반응을 직접 추적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복잡한 생태계의 반응을 모두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연구에서는 지난 1,000년 동안 기온이 높았을 때와 낮았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패턴을 분석해 이를 통계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구 생태계 반응의 결과를 종합한 것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라고 가정하였다. 남극 빙하에서 채취한 3개의 주상시료를 대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전 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온과 탄소순환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2008년 다른 연구팀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온이 1℃ 증가할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40ppm 증가한다고 제시한 적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보다 약 80% 정도 줄어든 값이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가 찜통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지난주 사이언스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을 주축으로 하는 또 다른 연구팀이 인공위성을 측정을 통해 2000년대 이후 성층권의 수증기 농도가 약 10%가량 감소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기온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기온상승 추세로 보면 온실가스 만으로 예측했을 때 보다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1980년부터 2000년까지는 성층권에서 수증기 농도가 증가해 왔으며 이로 인해 1990년대의 기온상승이 온실가스 만으로 예측했을 때 보다 30% 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연구 결과를 놓고 2007년에 발표된 IPCC의 예측이 틀렸다는 섣부른 예상을 내놓는 외신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PCC의 연구결과는 당시로서는 최선의 연구결과를 집약한 것이며, 최신 연구 자료는 다음번 IPCC 보고서에 반영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메커니즘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www.physorg.com


수증기에 의한 기온상승을 보다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국제협상 의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백년간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지난 1만년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까지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극의 빙하로부터 재구성할 수 있는 1,000년간의 기후자료, 인공위성을 이용해 측정할 수 있는 고도 16km의 성층권 수증기 농도는 현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수준을 말해준다.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가 자연현상을 좀 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먼 미래에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미 자연은 모두 파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예방적 관점(precautionary approach)의 정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 이론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해도 우리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