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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눔

여름에 동복을 입어야 할 우리의 아이들

얼마 전 주부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과 기후변화에 대해서 강의하였다.

강의가 마치고 자기 경험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한 주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이는 중학교에 다니는데, 어느 날 아침 겨울 동복을 입어야겠다고 겨울 동복을 찾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등교할 때 버스 안에서 에어콘을 너무 춥게 켜고 학교에서도 수업할 때 냉방온도를 너무 춥게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실에서는 자리가 에어콘 바로 앞에 있어서 너무 춥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감기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적당한 온도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여름에는 너무 춥고, 겨울에는 너무 더운 경험을 하며 우리는 살고 있다.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이 97%이고,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녹고, 한반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생활은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작년 한 여름때는 명동을 가서 놀랐다.

상점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콘을 풀가동 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상점 종업원 말에 의하면 문을 닫으면 손님이 잘 들어오질 않기 때문이란다. 식당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식당의 에어콘 설정온도를 보면 18~20도 이다.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추워서 밥먹기가 힘들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을까?

이렇게 자율적인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진 않을까?

법으로 에너지절약과 효율적인 사용에 대해 ‘에너지이용합리화 법’이 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규제수단을 두고 있지는 못하다.

몇 년 전 이법이 소속된 위원회에서 식당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 냉난방 온도규제를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여러 위원들의 반발로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값싼 에너지 가격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은 가정요금은 OECD 평균의 58% 수준이며,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의 96% 수준(거의 원가임)이다.

전체 전력에서 석탄화력 발전,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다보니 싼 전력을 계속적으로 공급한 것이다. 정부는 항상 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며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려왔다. 연료의 원가로 보면 이러한 전기가 쌀 수도 있지만, 대기오염 개선 비용, 방사능유출 방지를 위한 관리비용, 핵폐기물 보관 및 처리비용, 기후변화 완화 비용 등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 경제적으로 계산한다면 결코 싸지 않는 에너지이다.

지금보다 전기료가 인상된다면 과연 식당에서도, 가게에서도, 학교에서도, 버스・지하철에서 에어콘을 추울 정도로 켤 수가 있을까?

사실 냉방병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부족해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내외부 온도차를 적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가 있다.

여름에는 조금 덥게 살고, 겨울에는 조금 춥게 사는 방법이 우리 선조가 지혜롭게 세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았던 비결이다. 언제까지 겨울에 런닝의 속옷 차림으로 살고, 여름에 에어콘 때문에 점퍼나 동복을 걸치고 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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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