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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독일,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한다"


독일이 마침내 21세기를 ‘탈원전 시대’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5월 30일 뢰트겐 독일 연방환경부장관은 2022년까지 원전 17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중도보수연정에 참여하는 3개 정당간의 오랜 협상과 메르켈 총리의 장시간 검토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발표로 독일은 원전의 완전 폐기를 공식 선언한 최초의 국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RWE 등 에너지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발표문에 유보 및 단서조항을 삽입할 것을 끝까지 요구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뢰트겐 장관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는 결정은 변경이나 수정이 불가능한 ‘최종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독일의 원자로 수는 총 17기이다. 이들 중 7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3개월간 잠정폐쇄되었으며, 1기(크뤼멜 원전)는 기술적 문제로 몇 년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들 8기를 제외한 나머지 9기 중 6기는 2021년까지 차례로 가동이 중단된다. 나머지 원전 3기는 2022년까지 전력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예비전력공급원으로 남겨놓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이들 원자로도 가동을 전면 중단하게 된다.

이제 독일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는 전력공급의 22%를 차지하는 원전의 대체수단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독일정부가 원전폐쇄 결정만 내린 것은 아니다. 독일은 내심 2020년까지 국내 전력수요를 10%가량 줄이고 202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35%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독일정부가 원전 운영에서 얻는 세수 감소까지 감수했다는 점이다. 독일정부는 에너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17개의 원전으로부터 연간 약 23억 유로(약 3500억 원)의 원전연료세(fuel rod tax)를 징수해 왔다. 하지만 2016년부터 9-10기의 원전만 남게 되면 세수는 연간 13억 유로(약 2000억 원)로 감소하게 된다.

메르켈 총리의 탈원전 유턴(U-turn)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격화된 원전 반대여론과 바덴-뷔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의 정치적 패배, 자신이 구성한 윤리위원회의 탈원전 권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반면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대형 핵참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원전 위주 에너지 정책을 변호하기에 바쁘다. 두 국가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