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형(기후변화행동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최근 2년 동안 세계를 아우르는 화두는 '기후변화'인 것 같다. 국내에선 아마도 '대운하'와 '저탄소녹색성장'이 아닐까 싶다. '대운하' 대신 '4대강 살리기'라 바꿔 부르고 있으나 둘이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전혀 다른 것, 아니 반대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아무튼 죽어가는 강을 살리자는 데다 세계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저탄소성장' 그것도 '저탄소녹색성장'을 하겠다니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나라도 이제 환경 선진국에 들어서나 싶어 뿌듯할 수도 있겠다. 또한 우리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한다니 더욱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을 하여 세금으로 보답하리라 다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지인들이 내게 묻는다.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커다란 국책사업을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어제도 지인 한 분이 4대강 살리기와 기후변화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고 정부가 이렇게 관심이 많으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마침 졸업한 너는 얼마나 다행이냐는 것이다. 오랫동안 강물과 지구온실가스를 같이 공부했으니 그동안 의대가지 그랬냐고 구박한 것이 미안하고 드디어 물을 만난 고기가 되는구나 생각되어 기쁜 맘에 전화를 하셨단다. 어디 해외 누리집에 정부가 올린 걸 봤다면서 국가차원 환경복원 사업을 하고 있느냐고 관심을 보인 생태복원 전공 외국인 친구도 있었다. 하긴 생태복원 관련 누리집에 강을 살린다고 올렸다니 그리 생각했을 만도 하다.
최근엔 신문조차도 답답해서 아예 안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하철에서 옆을 보다가 자막 뉴스를 보고 말았다. 25만 결식아동의 점심값을 삭감하여 결식 어린이들이 밥을 굶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환경전공자로서 환경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환경오염과 생태파괴의 원인이 되며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류의 위생과 건강에 몇 백 몇 천 배 위험스러운 부메랑이 되어 결국은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경은 산업분야에도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 인권, 노동, 복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외된 계층, 빈곤층 복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것에 동의한다. 결식아동의 점심값이 없어 굶고 있다면 환경예산이라도 삭감하여 밥을 굶기지는 말아야 한다. 제대로 된 환경평가나 충분한 토의와 연구도 없이 거대한 사업에 예산을 다 쏟아 붓고 밀어붙이느라 결식아동 점심 예산을 삭감한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무슨 면목으로 국가에 충성하라며 강제 징집하고 세금을 원천징수할 것인가.
생태란 가능하면 자연을 있는 그래도 지켜주는 것이다. 이동하고 가공하고 변경하는 모든 행위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오염물질 발생을 최대한 줄이며 개발을 제한하는 것, 자연환경을 최대로 보존하고 개발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성을 모든 것의 바탕에 두어야 한다. 환경 전공학생들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를 무엇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50%가 지구온난화, 25%는 물 문제, 20%는 폐기물 문제, 기타 5%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행동을 질문하니 잘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얘기이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요 없는 전등 끄기, 2~3층은 계단 이용하기, 겨울에 창문 틈에 문풍지를 붙여 난방 사용 줄이기,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폐기물을 처분할 때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 된다), 텔레비전은 볼 때만 켜기 같은 모든 실천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길이다. 에너지 절약을 하면서 비용도 아끼고 온실가스를 줄여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완화시키는데다 건강까지 챙기게 되니 일석삼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실천은 지금 개발주의에 맞서 이름만 있는 '녹색'을 걷어내고 미래에서 빌려 쓰고 있는 생태계를 지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4대강을 다 파헤치는 엄청난 공사를 하면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구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할 것이다. 정부가 목소리 높이는 '저탄소녹색성장'은 명찰만 있고 내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국민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할 때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09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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