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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눔

4대강과 기후변화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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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여러 징후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기후변화란 말은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란 말을 그저 아무 곳에나 수식용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하는 4대강사업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 기후변화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가령, 4대강 사업의 5대 핵심과제 중 2개 과제를 기후변화문제와 연결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향후 물 부족(’11년 8억㎥, ’16년 10억㎥)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하도 정비, 농업용 저수지 증고, 중소규모 댐 건설 등을 통해 충분한 용수(총 12.5억㎥)를 확보한다,” “둘째, 기후변화로 인해 빈발하는 홍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년 빈도 이상의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퇴적토 준설, 노후제방 보강, 댐 건설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4대강사업을 “기후변화 대비책이자 녹색성장을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 실천방안”이라 주장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국토의 근간이 되고 우리 국민의 생명줄인 강들을 변화시키는 사업인데다 엄청난 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충분한 시간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차분하게 따지면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어 총 사업비가 22조원(연계사업까지 합하면 총 30조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각 주무부처에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예비타당성조사마저 생략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4대강사업의 중요한 명분 이자 예비타당성조사도 거치지 않도록 하는 주요한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기후변화가 한반도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 강수량과 강수패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래서 4대강을 비롯한 하천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어디에도 없다. 그저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가뭄과 홍수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단순 논리뿐이다. 어느 정도의 가뭄과 홍수가 어디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아무런 분석이 없다. 기후변화 적응방안은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날 변화에 대한 영향 평가와 취약성 평가에 기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4대강사업에서는 기후변화가 그저 사업을 위한 포장용 수사로 활용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피해가 강원도 산간지역이나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들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현재의 4대강사업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더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의 4대강사업이 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거나 이러한 재난에 제대로 대처해가는 방안이냐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강 본류에 보를 설치함으로써 물그릇을 늘려 가뭄이나 물부족에 대처할 수 있고, 퇴적토 5.4억㎥를 준설함으로써 홍수 소통공간을 확보하고 홍수위를 저하(1~5m)시켜 홍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상식을 가진 시민의 눈으로 보더라도 물부족에 대비해서 저수용량을 증가시켜 놓을 경우 홍수가 발생하게 되면 가두어놓은 물로 인해 범람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될 보는 고정식 보가 아니라 필요시 수문이 완전 개방되는 가동보이며홍수예보를 통해 사전에 수위를 조절하고, 홍수시에는 수문을 조작함으로써 홍수 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이며 계획한대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약에 이러한 정부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양의 가둬둔 물이 홍수로 발생하는 수량과 합쳐져 자연적으로 발생할 홍수피해를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보설치의 명분으로 제시한 물부족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천법에 따르면 수자원관리를 위해서는 최상위 계획으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 2006년도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보면 2011년 낙동강권역에서는 0.11억톤의 물이 오히려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사업안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물 부족(’11년 8억㎥, ’16년 10억㎥)과 가뭄에 대처 할 수 있도록 보․댐 건설, 농업용저수지 증고 등을 통해 충분한 용수(12.5억㎥ 확보)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까운 장래에 왜 얼마나 물이 부족한지에 대한 논의는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어느 정도로 발생할 것인지, 수요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정당한 논거를 찾을 수 없다. 논거가 부족하기는 홍수방어를 위한 준설도 마찬가지이다. 왜 퇴적토를 5.4억㎥이나 준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를 발견할 수 없다. 향후 기후변화로 유발될 홍수의 규모와 빈도, 홍수발생가능지역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방어라는 구호는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피해를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지역별 영향평가와 취약성 평가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요즘 들어 4대강사업과 기후변화를 연결시키는 또 하나의 내용으로 ‘소수력발전‘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명분 아래 4대강 추진사업본부는 지난 8월 7일 2,100억원을 투입해 4대강 본류에 설치할 보에 총 32개의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소수력발전은 “보 설치”를 전제로 한 사업이다. 현재 보를 설치하는 것이 수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는 2,10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조건상 ‘저낙차 소유량’ 소수력발전기술을 개발해왔기에 보 설치를 통해 인공적으로 조성될 ‘저낙차 대유량’ 환경에 적합한 소수력발전기술이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저낙차 대유량 소수력발전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국업체들이 이 사업의 입찰에 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은 기존의 화력발전을 대체할 때 더 의미가 있으며 재생가능에너지가 친환경적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항상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기에 환경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다. 국내 사업체들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화석연료 대체에 대한 계획이나 논의도 없이 추가적인 발전시설로 전력생산량을 증대시키고,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도 시행하지 않은 사업을 “친환경”이라는 허울을 위해 추진할 심산인 것이다. 이러한 사업추진은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 중 517억원이 없어 국민기초생활보장예산을 삭감해서 7,000가구의 생계를 빈궁에 빠뜨리고 내년도 취약계층 총 복지예산을 4,300억원이나 삭감하는 배경이 되고 있기에 더욱 문제이다. 게다가 외국기업이 입찰을 받게 되면 사업추진을 되물리기도 어려워질 것이기에 문제 있는 보설치 사업을 뒤집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변화는 가뭄과 홍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4대강을 비롯해서 우리 국토 전역과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대응방안은 단순히 이 정도의 예상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일정 정도 불확실성의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혹은 누가,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취약성이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토해야 하고 그에 맞게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수식어로 동원된다든지 4대강사업 추진을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양념처럼 언급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기후변화가 야기할 영향이 정말 우려된다면 (홍수와 가뭄에 대한) 영향 평가와 취약성 평가를 전면 실시하고 이를 기초로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