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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깥 소식

칸쿤회의 겨냥한 EU의 협상 전략

 EU가 교토의정서의 연장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2012년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의정서의 연장에 관해 서명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핫 에어(hot air: 과다할당 배출권)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다. 핫 에어는 배출권을 과다 할당받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하고 있는 잉여배출권을 뜻한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핫 에어는 65억 톤가량이며, 동구권 국가들의 핫 에어를 모두 합하면 거의 120억 톤에 근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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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motiqua


 동구권 국가들의 핫 에어는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EU-ETS) 시장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간주되곤 한다. 핫 에어가 배출권거래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배출권 가격의 폭락으로 시장이 붕괴될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핫 에어 문제는 배출권거래 시장에 대한 위협 외에도 많은 부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핫 에어의 판매와 구매가 허용되는 한, 선진국들이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관련 협상에서 과감한 감축(deep cut)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감축은 합의된 목표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내건 두 번째 조건은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자발적인 감축 의무만 갖고 있는 개발도상국들도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은 중국을 필두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관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발적인 감축목표 달성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책임 전가 및 주권 침해 시도’로 규정한 바 있다.  

 EU의 이러한 전략은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협상에 임했던 EU의 협상전략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인도와 중국이 EU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EU의 전략이 칸쿤에서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과 인도가 자신들의 입장을 변경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미국이 아직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으며,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EU 앞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염광희 해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