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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깥 소식

해충 확산으로 커피농가 위기에 처해

세계인의 기호식품인 커피. 맛 좋은 원두 생산지로 유명한 에디오피아의 남서부 고지대는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를 갖고 있다. 이곳은 수백 년 전 처음으로 커피농사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커피는 에디오피아의 수출 1위 품목이지만, 최근 커피 농가들은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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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피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커피는 특히 기후에 민감해 적정량의 비와 연간 평균 기온이 17~21℃ 정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1951년 이후 매 10년간 평균 최저기온은 지속적으로 올라 19℃에 이른 상태다. 강우량도 매우 불규칙해졌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에디오피아 커피 농가들이다. 특히 작년에는 좋지 않은 기상조건으로 커피 작황이 나빠져 수출이 33%나 급감했다. 일부 농가는 커피나무를 고지대로 옮겨 심거나, 엔셋(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긴 아프리카 고유작물)처럼 고온에 내성이 강한 작물로 교체해야 했다.

지구온난화가 에디오피아와 다른 나라의 커피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다. 기온 상승으로 커피열매천공충(coffee berry borer)으로 알려진 작은 벌레들의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커피 작물을 황폐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충은 특히 아라비카 커피가 자라는 라틴아메리카와 에디오피아에서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커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농작물이다. 현재 70여개국에서 연간 900억 달러 이상의 가치에 달하는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세계 커피의 70%는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며, 커피 농사에 생계를 걸고 있는 인구는 약 100억 명으로 추산된다. 연구자들은 커피열매천공충으로 입게될 피해가 매년 5억 달러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 커피열매천공충은 중앙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점차 확산되어 지금은 하와이, 네팔,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한 모든 커피 재배지역에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국제곤충생리생태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Insect Physiology and Ecology)의 연구팀에 따르면, 해충의 서식에 적합한 최적기온은 20℃이다. 이처럼 높은 기온은 1984년까지 에디오피아 산악지대에서는 한번도 관찰된 적이 없었다.

보다 우려되는 점은 농민들이 고지대로 이전하더라도 해충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해충들 역시 커피를 따라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높은 고도에서도 커피열매천공충을 통제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예컨대 농약 살포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고지대에서 커피열매천공충의 천적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커피열매천공충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커피를 마음껏 즐기는 일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