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간 보고서 맛보기

바다 수온상승이 두려운 이유

바다의 수온은 육지의 기온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온난화 현상의 관찰에 훨씬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수집된 바다 수온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다가 꾸준하게 더워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independent


미국, 영국, 독일과 일본의 해양학자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바다 수심 700m 상층부의 수온이 1993년부터 2002년까지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밝혀냈다. 2003년 이후부터 수온의 상승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온 상승속도는 IPCC 제4차보고서에 수록된 값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Argos라 불리는 최신 수온관측 장비를 이용해 전 세계의 해수온도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바다 수온의 상승은 다양한 자연재해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열대폭풍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해수 표면의 온도, 해수면 상승, 해류 순환 등이 꼽히며, 이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관련기사 “싸이클론과 허리케인, 갈수록 강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둘째, 온도에 민감한 해양생물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산호초와 같은 고착생물들은 수온이 올라가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현상을 보이게 된다. 냉수성 어류들은 수온이 상승하면 차가운 지역을 찾아 이동하게 되며, 이는 수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동해안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춘 것도 수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 수온이 올라가면 기체의 용해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바다의 열 저장능력이 대기에 비해 천배나 크기 때문에 수온 상승은 그것에 상응하는 만큼의 열 저장능력 상실을 의미한다.

넷째, 물은 4℃에서 부피가 가장 작으며 수온이 올라가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해수면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또한 육지의 빙하가 녹게 되면 해수면 상승효과는 배가된다(관련기사 미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예측은 얼마나 정확한가?).

2003년 이후부터 수온 상승속도는 완만해지고 있지만 이를 수온 상승이 멈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는 수온상승 추세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과거 수온 측정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매우 중요한 연구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지 않는 이상 해수 온도의 상승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임은 물론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