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재앙으로 본 원전의 딜레마
일본의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442기에 달하는 세계의 원전들이 향후 마주하게 될 딜레마의 하나는 원전의 입지에 따른 안전성에 관한 문제다. 쓰나미 발생 위험이 있는 해안지역과 기후변화로 냉각수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내륙의 강이나 호수 인접지역 중 어디가 더 안전한가?
굳이 비교하자면 지질학적으로 안정돼 지진 발생 위험이 없는 곳이라면 해안지역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내륙에서의 냉각수 공급은 폭염, 가뭄, 홍수, 수온변동, 댐 사고 등의 위험이 있어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3년 폭염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프랑스전력공사는 19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온배수가 론(Rhone) 강 등의 수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의 허용범위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내륙의 강이나 호수에서 냉각수를 끌어다 쓰는 원전들은 잦은 고장과 가동 중단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도 해안지역에 위치한 원전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폭풍해일과 쓰나미의 영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안전성에 관한 규제 강화도 원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지진이든 쓰나미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재난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강화한다는 것은 곧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미 원자로 폐기비용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지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윤성권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