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스포츠 행사가 열릴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국제 스포츠 4대 행사로 꼽히는 여름․겨울 올림픽, 월드컵, 국제육상대회를 비롯해 각 대륙별, 종목별, 연령대별 스포츠 제전과 국가 간 교류 목적의 스포츠 행사, 친선 경기 등을 모두 따져 본다면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스포츠 행사는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화합과 평화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가하면, 과열 경쟁으로 크고 작은 사고와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포츠’라는 굴레 안에서 함께 뒤엉켜 땀과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이미 인류에게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들은 지금까지 일부 개최 도시와 국가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도시는 많은 관광수입을 얻을 수 있었고 어떤 국가들은 낙후되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편견 대신 깨끗하고 발전했다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적지 않았다. 스포츠 행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보금자리에서 쫓겨나야 했고, 더 많은 산이 깎여 나갔으며, 더 다양한 멸종 위기 동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986년 올림픽의 세 기둥은 ‘스포츠’와 ‘문화’, 그리고 ‘환경’이라고 선언했다. 그 때부터 올림픽 개최국에게 ‘환경파괴의 최소화’는 지켜야할 의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올림픽 수준의 다른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1990년대 들어와 ‘기후변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기후보호 노력도 환경파괴의 최소화와 함께 개최국의 의무로 각인되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해 열렸던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향해’(Move towards a zero emissions gam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림픽 유치 경합 단계부터 기후변화를 대표적인 주제로 설정했다. 물론 5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긴 했지만,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있었던 점은 높이살만 하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적설량 탓에 겨울올림픽 기간에 높은 지대에서 눈을 파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이는 2018년 평창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지만 걷기보다 스키 타기를 먼저 시작한다는 캐나다인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주요 파트너와 스폰서, 이해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어떻게 하면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좀 더 기후 친화적(Climate-friendly)으로 치를 수 있을지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토론 결과를 담은 보고서 ‘도전에 맞서기(Meeting the Challenge)'와 올림픽 직후에 발행된 '밴쿠버 올림픽 기후 체점표(Climate Scorecard for the 2010 Vancouver Olympics)'를 보면 밴쿠버 올림픽이 기후변화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올림픽을 탄소중립(Carbon Neutral)으로 개최할수 있는 방법, 탄소상쇄(Cabon Offset) 시행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기

올림픽의 기후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전에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야심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밴쿠버는 개최지 선정을 위한 신청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 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담고 있었다. ‘건물의 LEED(북미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 자격 획득’, ‘올림픽 기간 중 대중교통 이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2. 투명하게 집행하기

투명성은 책임감을 배가 시키고 이해당사자들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해마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누리집에 공개해 IOC를 비롯한 관련 조직들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조언과 의견을 받아들였다. 또한 예산 부족과 지속가능성 부족과 같은 치부도 공개해 외부로부터 아이디어와 도움을 받고자 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5권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지역 환경단체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밴쿠버 올림픽의 지속가능성과 기후 영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ski_jump.JPG

 

3.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면 그만큼 기후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기 쉽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 짜기에도 도움이 된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겨울올림픽으로 총 268,000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중 118,000톤은 직접적인 경기 운영 과정에서, 22,000톤은 스폰서와 파트너 기관들로부터, 128,000톤은 청중이 배출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러한 배출량 자료는 개최 확정일로부터 밴쿠버 올림픽의 모든 경기(장애인 올림픽 포함)가 끝나는 시점까지 7년여의 기간을 대상으로 조사해 얻은 것인데다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건물에 관심 기울이기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경기장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이었다. 최근에는 올림픽 경기장을 에너지 고효율의 혁신적인 건축물로 설계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돈도 절약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신축된 건물들은 에너지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측정되어 건물 에너지 관리자에게 전달되도록 설계되었다. 관리자는 이 정보에 기초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함으로서 약 15%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9개의 신축 건물 가운데 8개가 LEED 실버등급 이상을 받았으며, 특히 밴쿠버 올림픽 빌리지는 순 에너지 사용량이 제로에 가까웠다. 여러 건물과 시설이 들어선 복합단지는 최적, 최소 크기로 설계해 수송 효율을 높였다.

 

5. 재생가능에너지 이용하기

전력 사용과 난방은 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문이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대부분의 전력을 ‘브리티시 컬럼비아 송전 그리드(British Columbia Transmission Grid, 수력발전회사)’로부터 끌어와 90%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었다. 난방 에너지는 지역의 다양한 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되었는데, 예컨대 밴쿠버 선수촌과 휘슬러 선수촌의 난방은 지역 하수처리시설의 열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전력소비로 배출된 온실가스 양으로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소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

 

6. 수송에 관심을 기울이기

올림픽 기간에는 지역 내 단거리 수송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수송부문에 있어서는 실망스런 성적을 냈다. 이미 깔려있는 철도망을 활용하고 운행 횟수를 연장하는 대신 고속도로를 넓히고 북미와 휘슬러 사이에 디젤 셔틀버스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9,000만 달러를 들여 구입한 수소 버스의 연료는 트럭으로 퀘벡에서 수송되었다. 하지만 일부 괜찮은 시도도 있었다. 밴쿠버 시내에 있는 상가 주변의 많은 도로들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시내 여덟 곳에서는 자전거 주차장도 설치됐다. 올림픽 건물과 시설 인근에는 공용 주차장을 없애는 대신 경기장 입장권만 갖고 있으면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7. 탄소 상쇄기금 마련하기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부터 ‘탄소상쇄Carbon Offset)'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개최로 발생하게 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약간 밑도는 수준인 118,000톤을 상쇄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로부터 모여드는 관람객의 이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였다. 이는 올림픽 개최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관람객들이 탄소상쇄용 배출권을 자발적으로 구입하도록 전자메일을 보내고 건물에 광고판을 설치했지만 구입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경기장 입장권 가격에 탄소상쇄 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8. 사람들에게 환경보호의 동기 부여하기

올림픽은 자연 속에서 치르는 경기 덕분에 스폰서와 시청자, 그 밖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환경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밴쿠버 겨울 올림픽은 이 점을 간과했다. 평창은 전 세계 수 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밴쿠버 올림픽은 배출전망치에 견줘 약 15%인 57,000톤을 감축함으로서 직전의 두 겨울올림픽(2006년 투린, 2002년 솔트레이크)에 비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 많은 갈채를 받았다. 휘황찬란한 건물과 시설을 지어 에너지를 마구 써대는 올림픽은 이제 박물관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진화된 올림픽은 재활용과 절약정신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올림픽이다. 물론 그 어떤 노력보다도 가장 올림픽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전자메일 탄소발자국의 오해와 진실

쟁점과 이슈 | 2011.07.20 11:10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전자메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보내는 사람은 간단한 인쇄만을 하는 사람보다 탄소발자국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자메일 내용을 바로 인쇄하는 것을 삼간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최선의 방법은 전자메일 발송을 최소화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이 전과정평가(LCA) 전문기업인 Bio Intelligence Service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른 것이다. 조사는 임직원 수가 100명 수준인 한 중견회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사에서 임직원 한 사람은 하루 평균 58개 전자메일을 받고 33개를 보낸다.

평균용량이 1메가바이트, 근무일수는 연간 220일로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이 회사 임지원들의 전자메일 발송과 수신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인 당 연간 13.6톤에 이른다. 이는 비행기로 파리와 뉴욕을 13번 왕복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치다. 13.6톤에 280만을 곱하면, 전 세계에서 매년 전자메일과 관련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구할 수 있다(13.6*280만 = 약 3800만 톤). 리서치 회사 라디카티 그룹(Radicati Group)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일 2940억 개, 매년 약 90조개의 전자메일이 발송된다.

 

 

© gunnar3000

전자메일에 사진을 첨부한 채로 보내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전자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마우스를 한 번만 클릭하면 되지만, 전자메일이 PC를 떠난 순간 많은 수의 서버들을 거치면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복사되고 저장된다. 이 모든 단계마다 상당한 양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것이 문제다.

도착한 전자메일과 첨부파일을 출력해 읽을 것인가 아니면 파일을 내려 받아 컴퓨터에서 바로 읽을 것인가도 판단이 쉽지 않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바로 읽는 시간이 15분을 초과할 경우에는 차라리 인쇄해서 읽는 것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길이다. 물론 양면 인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신이 무분별하게 보내는 전자메일을 10%만 줄여도 매년 약 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윤성권 인턴연구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도시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쟁점과 이슈 | 2011.07.20 11:06 | Posted by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도시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켄트(Kent) 대학 연구팀이 영국 중부도시 레스터(Leicester) 시를 조사한 결과, 도시공원, 개인 정원, 방치된 산업용지, 학교 녹지, 가로수, 도시를 흐르는 강의 수변녹지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31,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영국생태학회(British Ecological Society)가 발간하는 Journal of Applied E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이는 지금까지 예상해왔던 것보다 10배나 많은 양으로서, 15만대의 자동차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수치다. 레스터 시의 경우 도시면적의 10%에 나무를 심으면 도시의 탄소 저장능력은 12%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레스터 시의 면적은 약 73km2, 인구는 약 30만 명이다.

 

 사진 출처: jonathan.rawle.org

물론 이 정도의 양으로 도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도시 녹지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배출 영향을 완충시킨다는 점이 밝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숲과 달리  도시 녹지들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흡수원 계산에서 제외되어 왔다.

연구팀은 녹지를 조성해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장소에 올바른 수종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토양이나 기후,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는 나무를 심어야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4%에 불과한 도시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5~80%를 발생시킨다. 2008년 서울시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국가 배출량의 10%인 약 5,200만 톤으로서 스웨덴 국가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인구와 기반시설이 집중된 도시는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허리케인, 태풍, 사이클론, 폭염 등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는 주로 도시에서 발생한다. 도시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면서 동시에 일차적인 피해지역인 셈이다.

도시 녹지를 확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에서 가로수, 정원, 공원 등 녹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위안이 된다. 빗물을 붙잡아두고 그늘을 형성해 도시의 기온을 낮추는 것도 도시 녹지의 중요한 기능이다. 여기에 이산화탄소까지 흡수까지 고려한다면 그린벨트를 풀어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자명해진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