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고유가로 상징되는 에너지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대표적인 자원경제학자인 패이쓰 바이럴(Fatih Birol) 박사는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의 주요 유전들의 원유 생산량이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석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럴 박사는 OECD 국가의 미래 에너지 수급전망 분석을 주도해왔던 인물이다.
바이럴 박사에 따르면, 현대문명이 의존하고 있는 석유자원의 고갈 속도가 과거의 예측 보다 빨라지고 있으며 석유 생산량은 향후 10년 이내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대부분의 국가들이 예측했던 시점보다 최소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최근 800개가 넘는 유전을 조사한 결과, 세계의 주요 유전들의 생산량이 이미 정점을 지나 생산량 감소 속도가 2년 전 평가시보다 거의 두 배 나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는 석유생산량 감소율이 연간 6.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2년 전 3.7%로 평가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향후 5년 이내에 찾아오게 될 석유위기(oil crunch)는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것이 바이럴 박사의 진단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석유 매장량이 높은 중동 일부 국가들의 영향력이 석유위기 국면에서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국가들의 시장점유율은 현재도 40%에 달하지만, 미래에는 이들 국가들의 시장지배력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럴 박사는 “우리는 언젠가 석유고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늘이나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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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대로 석유정점(peak oil)이 2020년경이라면,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많은 환경론자들은 석유고갈이 현실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더 나쁜 대안을 선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더러운 석유‘라는 이름이 붙여진 타르/오일샌드(tar/oil sand)를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캐나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일샌드 개발사업은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탄소집약도가 높아 석유보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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