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과거 2천년에 걸쳐 북극해로 공급되었던 북대서양 해류의 수온 변화를 추적한 결과 놀라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수탄생 후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 약 1800년간은 여름철 평균 수온이 3.4-3.6℃로 추정되었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5.3-5.8℃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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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sc.apl.washington.edu

 

관측기록을 통해 수온 확인이 가능한 기간은 과거 15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라이프니쯔 해양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과거의 수온을 추정하기 위해 해저퇴적물의 유공충 화석을 분석했다. 유공충들은 수심 50∼200m에 살며 석회질 껍질을 형성하는 단세포생물이다. 이들이 죽게 되면 석회질 껍질이 해저로 가라앉아 퇴적층 내에 쌓여 화석으로 남게 된다. 유공충들은 종에 따라 선호하는 수온이 다르다. 따라서 퇴적층의 나이와 함께 그 속에 묻혀 있는 유공충의 종을 밝혀내면 과거의 수온을 추정할 수 있다.

과거 수온을 추정하는 방법은 또 있다. 유공충 석회질 껍질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라이프니쯔 해양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한 결과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결과 모두 최근 150년간의 해류 수온이 과거에 비해 2℃가량 높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은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스발바드 군도(우리나라 북극 다산기지가 위치해 있는 섬이다) 사이에 놓인 프람해협(Fram Strait). 북대서양 해류가 북극해로 흘러드는 길목이다.

지난 2007년 여름 북극해의 얼음층은 관측 사상 면적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2배가량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북극 온난화와 북극해 해빙(解氷)은 수온이 높은 북대서양 해류가 전달하는 열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오늘날 북대서양 해류의 수온은 바이킹 시대나 중세 온난기보다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최근의 수온 상승 폭이 태양의 활동과 같은 자연적인 변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서,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말해준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내에 북극의 얼음층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부의 되먹임 효과(negative feedback)가 발생하게 된다.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구실을 하는 얼음층의 소실은 북극지방의 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한국해양연구원 전략개발실 류종성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