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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기후변화 최전선의 목소리

 최근 영국 일간지 「The Independent」지 인터넷판은 기후변화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촌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인터뷰는 케냐,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 다양한 대륙과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의 증언은 가뭄과 기근, 홍수 및 폭우, 해수면 상승으로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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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Demosh

 갈 등

 북 케냐 마르사빗(Marsabit)에 살고 있는 사팀 카일(Satim kahle) 씨는 최근 10년 동안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도 우물이 마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일정 기간 동안 기다리면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노력해도 물 한 방울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가축 500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100마리로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가뭄이 서너 달 지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가축을 키우고 팔아야 아이들 교육을 시킬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암담할 뿐이다.

 80세의 오보 자테니(Obbp Jateni)씨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이전에는 가축들이 서로 싸움을 벌였지만, 이제는 지역 주민들과 지역 유지들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목초지가 계속 황폐해졌던 지난 5년간의 기후변화가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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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The U.S Army

 폭 우

 니카라과 마사야(Masaya)에 거주하는 로렌조 P. 카발로(Lorenzo Pavon Carballo)씨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이전에는 날씨가 훨씬 쾌청하고 비가 내리는 날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올해에는 쏟아진 폭우로 농작물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폭우 피해의 원인은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져 왔던 산림 벌채이다.”

 베트남 해안가에 살고 있는 팜 티 튀엔(Pham Thi Tuyen)씨는 끔찍했던 태풍 피해 경험을 전했다. 2005년 불어닥친 태풍 Damrey로 그는 10살 된 아들을 잃었다. 태풍이 다시 닥쳤을 때 그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재빨리 친척집으로 대피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집은 완전히 부셔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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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EP

 가 뭄

 멕시코의 올리비아 A. 페르츠(Oliveria Aguilar Perez)씨는 불타는 듯한 폭염을 호소했다. 과거 멕시코의 우기는 5월부터 10월까지였지만 지금은 2개월로 줄어들었다. 또 20년 전에는 3월~4월까지만 더웠는데 지금은 일 년 내내 가마솥더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아보카도 등 야채를 많이 재배하던 곳이었는데, 건기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이 되었다. 푸른빛을 띠는 것이라곤 선인장이 유일하다.

 북 말리에 거주하는 세도우 S. 구인도(Seidou Samba Guindo)씨는 지난 10년간 겪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갈수록 비는 적게 오지만, 한 번 오면 무섭게 쏟아진다. 모래사구가 마을을 침식해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수확할 수 없다. 많은 회의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렸지만 어떠한 대책도 듣지 못했다. 모래사구가 우리 마을을 다 집어삼키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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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DVIDSHUB

 홍 수

 파키스탄의 라힘마 마이(Rahima Mai)씨는 올해 무시무시한 홍수피해를 겪어야 했다. 폭우가 쏟아지자마자 홍수가 곧 마을을 덮쳤고, 집들과 축사가 붕괴되었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일이 일어납니까?라고 절규했지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키우던 염소를 팔았고, 아들은 매일 도시로 나가 일자리를 구하지만 여의치 못하다. 홍수는 모든 것을 앗아갔고, 이제 다시 시작할 기력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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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ickr/Bodey

 해수면 상승

 인도양의 몰디브에 거주하는 칼리스 샤리프(Khalis Shareef)씨는 해안 침식 을 걱정하고 있다. 해안침식으로 3년 이내에 10여개의 가옥이 침수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섬 둘레가 7.5km인데, 이 중 6km 구간에서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10년 내에 많은 가구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결국 아무도 살지 못하는 곳이 될 것이다.

 태평양 키리바시 공화국에 거주하는 클래르 안테리아(Claire Anterea)씨는 연안 침식으로 이미 많은 가구들이 이주를 했다고 말했다. 해안가의 방호벽들은 주민들 스스로가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벽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줄 것인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키리바시 주민들은 식수원마저 바닷물에 침수되었기 때문에 물을 사다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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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cef

 기근

 에티오피아의 바티세 다싸(Btisse Dassa)씨는 경작지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남편의 동생들까지 포함해 많은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경작지는 매우 작은 면적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우기에는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데다 돌발성 집중호우로 낙과가 많았다. 긴 건기 이후 비가 쏟아진다면 흙이 모두 쓸려나갈지도 모른다.

 북 케냐의 9살 소년 케리모 포코티(Chelimo Pokoti)는 지난 2년간 비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물들은 독을 품은 열매를 맺었다. 그런 까닭에 밀을 얻기 위해 매우 고된 작업을 여러 차례 해야만 했다. 우선 곡물을 털어 4시간가량 말린 후 켜켜이 쌓아 두었다가 12시간가량 끓인다. 그리고 다시 물로 독성물질을 씻어내고 한 번 더 쌓아두어야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