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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이슈

온실가스 감축, 향후 유럽의 선택은?

작년 7월 유럽연합과 G8 정상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 유럽연합 의회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1990년 대비 80-9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다른 선진국들이 적극적일 경우 30%까지 감축할 수도 있다는 발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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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www.bundesregierung.de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코펜하겐 회의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면서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유럽이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있어서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유럽만희생해야 하느냐는 동유럽 국가들과 산업계의 볼멘소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에서 유럽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환경부 장관들은 30% 감축안을 내놓았으며, 덴마크, 아일랜드, 유럽연합의 기후변화부 장관들이 이에 동조한 상태다. 또한 Siemens, Alstom, Vattenfall과 같은 유럽의 대기업들도 30% 감축안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는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온실가스 감축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총리의 기후변화 자문을 맡고 있는 Michael Jacobs는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지난 10월 6일 호주 온라인판 정론지 Inside Story에 실린 ‘Europe's radical carbon choice’를 참조).

첫째, 최근 몇 년간의 경제침체로 탄소 배출량이 저절로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예전에 1990년 대비 20% 감축안 이행에 들 것으로 예상했던 비용으로 지금은 30%까지 감축이 가능하다.

둘째, 기술이 발전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예전에 비해 손쉬워 졌다. 지난 4월 유럽기후재단(European Climate Foundation)이 발간한 보고서 ‘로드맵 2050’에 따르면, 현재의 에너지 기술 수준만으로도 2050년까지 80% 감축은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기술로 미래의 세계 저탄소기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있는 상태다.

유럽연합은 향후 몇 개월간 다양한 부문의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사회기반시설 계획, 내년 봄에는 에너지 전략 발표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계획들이 모두 공개되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들은 기후변화협상 타결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30% 감축목표를 실행할 것인지 역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쓰라린 정치적 실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올해 11월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예정인 제16차 기후변화총회도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회의에 유럽연합이 어떤 협상전략을 들고 나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